시읽는기쁨

왜 / 김순일

샌. 2014. 12. 27. 11:17

쥐 소 호랑이 토끼가 달려간다

용 뱀 말 양도 달려간다 식식거리며

잰나비 닭 개 돼지도 달려간다 허둥지둥

앞만 보고 달겨간다 죽을 둥 살 둥

 

벼랑 끝으로 가랑잎 같은 해가 지고

 

왜, 달려왔지?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잰나비닭개돼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두리번 두리번

 

- 왜 / 김순일

 

 

언젠가는 왜, 라고 물을 때가 올 것이다. 천지 분간 못하고 달려왔지만 언젠가는 벼랑 끝에 닿을 것이다. 이것은 실존적인 개인의 체험일 수도 있고, 인류 전체의 종말론적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시작되었고 해는 기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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