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낙타 / 신경림
너무 재미만 찾으면 안 되리. 인생의 어느 시기는 낙타 같은 고행의 길도 있어야 하리. 지금이 그때인지도 모르는 것이니,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사는지 모르는 가엾은 사람이 되는 것도 괜찮으리. 그런 저승길은 얼마나 홀가분하고 편안할까, 지상에 미련 남기지 않고 떠나는 그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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