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던 소주 집
영수증 달라고 하면
메모지에 술갑 얼마라고 적어준다.
시옷 하나에 개의치 않고
소주처럼 맑게 살던 여자
술값도 싸게 받고 친절하다.
원래 이름이 김성희인데
건강하게 잘 살라고
몸성희라 불렀다.
그 몸성희가 어느 날
가게문을 닫고 사라져버렸다.
남자를 따라갔다고도 하고
천사가 되어 하늘로 갔다는
소문만 마을에 안개처럼 떠돌았다.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지
몸 성히 잘 있는지
소주를 마실 때면 가끔
술값을 술갑이라 적던 성희 생각 난다.
성희야, 어디에 있더라도
몸 성히 잘 있거라.
몸성희 잘 있거라 / 권석창
70년대 중반쯤이었다. 군대 휴가를 나와서 옆 마을 친구한테 놀러 갔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 처음 보는 얼굴이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소개를 받고 보니 시를 쓴다는 청년이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신춘문예 단골 낙방생이라고 놀렸다. 헤어질 때 군대 주소를 적어주고 귀대했는데, 간단한 안부와 함께 <어린 왕자>에 나오는 그림을 그린 엽서를 보내 주었다. 그 뒤로도 여러 차례 같은 스타일의 엽서를 받았다. 엽서 자체가 예술일 정도로 예뻤다. 역시 문학을 하는 사람은 다르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편지 왕래가 몇 번 있다가는 소식이 끊어졌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잊었지만 신춘문예에는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고향 시인의 시를 접하니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난다. 혹 동일 인물은 아닐까, 그렇다면 40년 전 인연이 다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성희'와 '몸성히', 시가 무척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