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천 2

길 / 김시천

길을 가다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평생을 동무하여 함께 걸어갈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제 마음 다 퍼내어 서로의 먼지 낀 자리 병든 상처 씻어주고 마른 목 적셔주며 그렇게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오늘 비로소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먼길 앞에 두고 비록, 지금 가난하다 하여도 그러나 그것 또한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오히려 정직하고 선량한 마음만으로 그렇게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지금 시작한다는 것은 - 길 / 김시천 오솔길, 언덕길, 숲길, 고갯길, 논두렁길, 밭두렁길, 꼬부랑길, 비탈길, 가시밭길, 벼룻길, 외퉁길, 후밋길, 한길, 지름길, 에움길, 거님길, 두멧길, 뒤안길, 발구길, 푸서릿길, 눈석잇길, 돌서덜길, 자..

시읽는기쁨 2022.07.19

박달재 아이들 / 김시천

성배는 흔히 하는 말로 지진아다 성배의 평균 점수는 대개 20점 미만이다 그래도 성배는 제 답안지에 번호 이름을 꼬박꼬박 적어서 내고 0점을 받아도 남의 걸 훔쳐 쓰진 않는다 가끔, 보다 못한 감독선생님이 슬그머니 답을 알려 주어도 성배는 결코 그 답을 받아 쓰는 일이 없다 그냥 틀리고 만다 그런 성배 녀석이 좋다 공부 못한다고 아무도 성배를 나무라지 않는다 애시당초 시험 점수하고 성배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두들 성배의 착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일 말고 우리가 그렇게 기를 쓰며 배워야 할 게 또 무어란 말인가 성배의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착하고 정직한 성배의 눈을 볼 때마다 세상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일 말고 진정 우리에게 중요..

시읽는기쁨 200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