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박달재 아이들 / 김시천

샌. 2005. 12. 20. 10:50

성배는 흔히 하는 말로 지진아다

성배의 평균 점수는 대개 20점 미만이다

그래도 성배는 제 답안지에 번호 이름을

꼬박꼬박 적어서 내고

0점을 받아도 남의 걸 훔쳐 쓰진 않는다

가끔, 보다 못한 감독선생님이 슬그머니 답을 알려 주어도

성배는 결코 그 답을 받아 쓰는 일이 없다

그냥 틀리고 만다

그런 성배 녀석이 좋다

공부 못한다고 아무도 성배를 나무라지 않는다

애시당초 시험 점수하고 성배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두들 성배의 착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일 말고

우리가 그렇게 기를 쓰며 배워야 할 게

또 무어란 말인가

성배의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착하고 정직한 성배의 눈을 볼 때마다

세상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일 말고

진정 우리에게 중요한 게 또 무언가라고

 

- 박달재 아이들 3 - 성배 / 김시천

 

최근에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보면 '정직'이라는 말이 더욱 가슴에 다가온다. 사람들은 성배를 바보라 부를지 모르지만, 세상에는 소위 머리 좋고 잘난 사람들이라는 무섭고 두려운 바보들도 많은 것 같다.

 

과학은 쿼크로부터 우주의 끝, 그리고 생명의 비밀까지 파헤치고 있다. 아무래도 불완전한 인간에게 이렇게 많은 재주를 부여한 것은 신(神)의 실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것은 마치 갓난아이에게 성냥을 쥐어준 것과 같다고 할까, 서툰 불장난에 온 집이 타버릴지도 모른다. 뛰어난 과학자이기 이전에먼저 진실하고 책임감 있는 인간이 되기를 우리는 요구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아무리 험하게 변하더라도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덕목은 '착함과 정직'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경박스럽지 않기'이다. 이런 사태를 촉발한 것이 어찌 몇 사람만의 책임이겠는가. 하루가 다르게 표변하는 사람들의 인심이 요사이는 무섭게 느껴진다.

 

오늘 신문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영웅을 만들기 전에깊이 있게 사유하고 검증해야 하며, 영웅을 버리기 전에 사람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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