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샌. 2005. 12. 26. 14:30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은 자세히 볼 수록 예쁘다. 꽃에 얼굴을 갖다댈 수록 향기는 진해기고, 숨어있는 작은 아름다움도 발견하게 된다. 풀꽃은 멀리서 보아도 예쁘고, 가까이서 보면 더 예쁘다.

 

사람을 꽃에 비유하지만, 솔직히 사람은 적당히 떨어져 있을 때가 제일 아름답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거나 오랫동안 옆에 있으면 첫 아름다움마저 잃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어떨 때는 악취가 나기도 한다. 그것은 그 사람에 원인이 있기 보다는 그 사람에 대해 품었던 내 환상 탓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풀꽃은 인간의 환상에 대해서 조차 배반하지는 않는다.

 

다가갈 수록 향기가 나는 사람, 오래 옆에 있어도 물리지 않고 점점 더 사랑스러워지는 사람 - 야생의 풀꽃을 닮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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