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샌. 2006. 1. 1. 19:31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다시 새해 첫날이 열렸다. 어제의 아쉬움이 오늘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변했다. 날든, 뛰든, 아님 앉은 채 그대로든 모든 존재들에게 새해 첫날은 기적처럼 똑 같이 주어졌다. 여기엔 잘난 이, 못난 이의 차별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매일매일이 첫날처럼 설레임과 경이로 가득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의 축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잔뜩 흐린 날씨처럼 오늘 우리 집엔 무겁게 저기압이 드리워져 있다. 새벽 꿈자리마저 뒤숭숭하더니 아침 밥상 자리 작은 데서 일이 터졌다. 하필 새해 첫날에.....

 

(그런데 이 시에서 재미있는 점은 가만히 앉아 있는 바위가 제일 먼저 도착해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역설의 진리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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