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무지개를 사랑한 걸 / 허영자

샌. 2006. 1. 13. 15:48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을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것없음이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 멀었던 그 시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기쁨이며 어여쁨이었던 걸

길이길이 마음에 새겨두자

 

- 무지개를 사랑한 걸 / 허영자

 

집을 떠나 무지개를 따라 나섰지. 어느 날 무지개는 사라지고, 나는 저녁 빈 들판에 홀로 남게 되었네. 사람들의 마을은 멀고, 빈 들의 바람은 차갑기만 하네. 그러나 먼 땅 위로 외로운 별 하나 떠오르고, 어두운 길에서는 낯 선친구를 만날지도 모르리.

 

무지개를 사랑한 걸 결코 후회하지는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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