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성가족 / 임영조

샌. 2005. 12. 11. 14:23

어디서 쫓겨온 일가족일까

아파트 단지 높다란 굴뚝 꼭대기

피뢰침 바로 아래 짓다버린 까치집

언제부턴가 올망졸망 새끼들 딸린

가난한 까치부부가 세들어 산다

비바람치고 천둥소리 거친 날이면

보채는 새끼들을 품고 잠든 부부는

스스로 집이 된다 요람이 된다

남루도 때때로 행복이 되는

하늘 가장 가까운

성가족(聖家族)이 산다

 

- 성가족 / 임영조

 

'남루도 때때로 행복이 되는' - 이 구절을 읽으면 가슴이 찡해진다.

요즈음 같은 풍요의 시대에, 그리고 그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시대에, '남루'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게 된다.

 

대림 3주일이다.

가장 낮은, 가장 남루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분의 진정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다시 서울 시청 앞에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휘황찬란하게 번쩍이고,세종로 길은 불야성으로 장식되었다. 마치 그분이 지상에 계셨을 때 받은 고난과 핍박을 보상해 드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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