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우리도 쿠바의 새들처럼 / 서정홍

샌. 2005. 12. 1. 11:51

쿠바에는

새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더라

쿠바에는

개들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더라

해치지 않을 줄 알기 때문이다

 

길가에 서 있는 옥수수도

골목마다 핀 노란 해바라기도

잔디밭에 누워서

까닭 없이 하늘을 쳐다보는 학생들도

훤한 대낮,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애인을 안고 있는 젊은 경찰도

모두 자유롭고 행복하게 보이더라

 

'저렇게 살갗이 검을 수가 있을까' 싶은 아가씨와

'저렇게 살갗이 하얄 수가 있을까' 싶은 사내가

팔짱을 끼고 걸어가더라

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허름한 집을 보고

그들이 입고 다니는 낡은 옷을 보고

가난하다고 말한다. 못 산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아무런 조건도 갖추지 않았는데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쿠바는, 결코

가난하거나, 불행하지 않더라

 

- 우리도 쿠바의 새들처럼 / 서정홍

 

카스트로 혁명과 체 게바라의 나라, 보트 피플, 그리고 마지막 남은사회주의 국가로 알고 있는 쿠바가 환경과 생태적 면에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소련의 몰락으로 원조가 끊어지고 미국의 봉쇄정책이 계속되면서 쿠바는 위기를 맞았지만 녹색혁명으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한 것이다. 환경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생태도시 아바나'에 관한 얘기는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쿠바가 실험하고 성공한 도시농업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자급자족하는 소규모 가족농 중심의 경제 체제, 그리고 100% 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우리 농업의 미래를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러 사람을 통해서 쿠바가 비록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인간의 땅이라는, 그리고 이상적인 사회 제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나라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쿠바식 사회주의는 위기의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를 넓고 높게볼 필요가 있다. 결코 우리의 기준으로 다른 나라를 판단하지는 말자. 우리가 쿠바 사람들보다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쿠바의 녹색혁명이 더욱 잘 진행되고 완성되어서 쿠바 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행복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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