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神은 망했다 / 이갑수

샌. 2005. 11. 17. 10:38

神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회를 건설했다

 

神은 망했다

 

- 神은 망했다 / 이갑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이런 말씀을 내린 神은 아마 지금쯤은 크게 후회하고 있으실지 모른다. 神의 명령에 충실한 아담의 후예들이 번성하고(60년대에 30억이던 인구가 지금은 60억을 넘었고 50년 뒤에는 100억이 될 거라고 한다), 정복하고(남북극 어떤 극한지에도 인간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다스리면서(다른 종에게 인간은 무자비한 폭군이며 인간에 의한 멸종이 자연 멸종률의 근 1천배에 달한다), 지구마을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는지 神도 침묵만 하신다. '神은 망했다'는 시인의 말은 더 무서운 선언이다. 그것은 인간이 망했다는 뜻임과 동시에, 보시기에 스스로 좋았다고 한 神의창조물 전부가 망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간디의 말처럼 왜 인간들은 건물이나 예술 작품 같은 인간의 창조물을 파괴하면 '야만행위'라고 하면서, 神의 창조물을 파괴하면 '진보'와 '발전'이라고 치부하는 것일까? 이렇게 어리석은 인간은 그 잘난 평가 제도라도 도입해서 지구마을에서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인간이 퇴출된다고 해도 슬퍼할 종은 인간들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도 쿠바의 새들처럼 / 서정홍  (3) 2005.12.01
다시 남자를 위하여 / 문정희  (0) 2005.11.25
난 발바닥으로 / 문익환  (0) 2005.11.11
自歎 / 田萬種  (0) 2005.11.08
행복 / 박세현  (0) 200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