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행복 / 박세현

샌. 2005. 11. 4. 12:29

오늘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영방송의 초창기 일화다

나는 그 시대에 감히

행복이란 말을 적어넣는다

 

- 행복 / 박세현

 

정말 이런 시절이 있었을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만큼이나 지금은 황당하게 들린다. 그러나 요사이 쉴새없이 쏟아지는 뉴스의 내용이란 걸 살펴보면 왜 시인이 그 시대를 행복이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이 시는 노장사상의 '무위(無爲)'를 떠올린다. 세상은 점점 유위(有爲)로넘쳐나고, 그 속에서 무위의 삶이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결코 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개인의 행복은 사회 체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뉴스가 없는 세상은 불가능할까? 뉴스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단순하면서 욕망추구적이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만약 지금의 행정구역인 면 단위 정도 되는 작은공동체가 있다면 어느 때 뉴스가 없는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공동체는 중앙의존적이 아닌 경제적, 문화적, 에너지적으로 어느 정도 독립된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든든한 농업의 바탕 위에서 자체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생산과 소비가 연결되는 그런 지역 공동체가 조직된다면,그리고 물질 보다는 가치추구적인 그런 공동체라면 그 구성원들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지수가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 발바닥으로 / 문익환  (0) 2005.11.11
自歎 / 田萬種  (0) 2005.11.08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0) 2005.10.28
아버지 / 윤재철  (1) 2005.10.24
할머니는 마당에 붉은 고추를 / 채호기  (0) 200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