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2

누가 이런 오두막집 되어줄 사람 없소? / 김영남

오두막집 하나를 장만하고 싶다. 인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름다운 오두막집. 그런 오두막을 장만하면 나는 호롱불의 불편함도 편안함으로 여기며 살리라. 낮이면 하얀 산꽃들로 나의 내부를 살피고, 밤이면 벽에 돋은 긴 그림자의 높이로 나의 밖을 위로하며. 겨울이 되면 위로할 게 더 많아지겠지? 눈이 오면 토끼, 노루들이 밖을 서성이겠지? 이들과는 가을 달빛에 익은 고구마를 같이 나누고, 눈길의 얼음장 깨고 옹달샘도 함께 하리라. 그러면 이들은 나와 한 마음을 정답게 이루는 훈훈한 저녁 연기요, 반가운 아침 인사가 되겠지? 사소한 것들이 사소하지 않게 날 괴롭혀올 때면 나는 깊은 산중의 허름한 오두막집으로 떠나고 싶다. 내 영혼과 단둘이 밥상 마주할 수 있는 오두막집으로. - 누가 이런 오두막집 되어줄 사람..

시읽는기쁨 2023.09.08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 김영남

벚꽃 소리 없이 피어 몸이 몹시 시끄러운 이런 봄날에는 문 닫아걸고 아침도 안 먹고 누워있겠네 한 그리움이 더 큰 그리움을 낳게 되고... 그런 그리움을 누워서 낳아보고 앉아서 낳아보다가 마침내는 울어버리겠네 소식 끊어진 H를 생각하며 그러다가 오늘의 그리움을 어제의 그리움으로 바꾸어보고 어제의 그리움을 땅이 일어나도록 꺼내겠네 저 벚꽃처럼 아름답게 꺼낼 수 없다면 머리를 쥐어뜯어 꽃잎처럼 바람에 흩뿌리겠네 뿌리다가 창가로 보내겠네 꽃이 소리 없이 사라질까 봐 세상이 몹시 성가신 이런 봄날에는 냉장고라도 보듬고 난 그녀에게 편지를 쓰겠네 저 벚나무의 그리움으로 -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 김영남 여의도 벚꽃길에 200만이 모였다고 한다. 옛날에는 창경원 벚꽃구경이 유행이었는데 이젠 여의도로 옮겨갔다. 소..

시읽는기쁨 2011.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