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2

당나귀가 나는 좋아

가을이 큰 걸음으로 한 발자국 성큼 다가왔다. 맑고 상쾌한 가을이 열렸다. 오후에는 아내와 같이 어린이대공원을 산책했다. 아내는 지난 한 달 동안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여러 군데 병원을 다녔지만 뚜렷한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데 몸 상태를 확인해 볼 겸 가까운 공원으로 나가 본 것이다. 다행히 허리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그간 집에서 쉬기만 한 탓으로 한 시간여의 걸음에도 쉽게 지쳤다. 두 주일 전에 갔을 때 대공원 정문 가까이 있는 연못에 부레옥잠이 환하게 피어 있었는데 다시 보러 찾아갔더니 벌써 꽃은 다 저버렸다. 공원 안은 좋은 날씨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왠지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도 한 ..

사진속일상 2006.09.11

당나귀가 나는 좋아 / 프란시스 잠

물푸레나무 긴 울타리를 끼고 걸어가는 순한 당나귀가 나는 좋다. 당나귀는 꿀벌에 마음이 끌려 두 귀를 쫑긋쫑긋 움직이고 가난한 사람들을 태워 주기도 하고 호밀이 가득 든 부대를 나르기도 한다. 당나귀는 수챗가에 가까이 이르면 버거정거리며 주춤 걸음으로 걸어간다. 내 사랑은 당나귀를 바보로 안다. 어쨌든 당나귀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당나귀는 언제나 생각에 젖어 있고 그 두 눈은 보드라운 비로드 빛이다. 마음씨 보드라운 나의 소녀야, 너는 당나귀만큼 보드랍지 못하다. 당나귀는 하느님 앞에 있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 닮아서 당나귀는 보드랍다. 당나귀는 피곤하여 가벼운 모양으로 외양간에 남아서 쉬고 있다. 그 가련한 작은 발은 피곤에 지쳐 있다. 당나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기가 할 일을 모두 다했다. 그런데,..

시읽는기쁨 2004.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