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6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대학생 때 다니던 교회 청년회 모임에서 한 달에 한 명씩 신앙의 선조들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 있었다. 루터, 칼뱅, 웨슬리 등을 다루었는데 칼뱅에 대해서는 지상에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한 위대한 신앙인이었다는 이미지가 그때 새겨졌고 오래 유지되었다. 뛰어난 개신교 이론가였던 칼뱅은 제네바를 신이 다스리는 도시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칼뱅이 저지른 오류에 대해서 그때는 알지 못했다. 분명 칼뱅의 선한 의도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쓴 자료만 제공받았을 것이다. 악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폭력이 필요하다고 수긍했을 수도 있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인물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누어지는 것은 칼뱅도 마찬가지다. 전기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는 칼뱅의 종교적 독단에 반대하며 관용의 정신을..

읽고본느낌 2024.09.03

학살1 / 김남주

오월 어느 날이었다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광주 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밤 12시 나는 보았다전투경찰이 군인으로 교체되는 것을밤 12시 나는 보았다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밤 12시 나는 보았다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이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이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밤 12시 나는 보았다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밤 12시 나는 보았다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밤 12시 나는 보았다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시읽는기쁨 2024.05.19

다읽(17) - 동물농장

학창 시절에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우스꽝스럽게 생긴 동물들의 삽화가 들어간 책이었다. 완전한 번역본이었다기보다 다이제스트 판이었는지 모른다. 주인에게 반란을 일으킨 동물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 이해하지 않았나 싶다. 50여 년이 넘어 다시 읽어보니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냉소적인 정치 풍자 소설이다. 조지 오웰은 반골의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사회주의자로서 러시아 혁명에 기대를 걸었으나 스탈린이 정권을 잡고 저지른 만행에 환멸을 느꼈다. 마르크스가 역사의 필연으로 예견한 노동자와 인민의 낙원은 한 사람의 권력 야욕 앞에서 무참하게 스러졌다. 그는 부패하는 혁명의 과정을 똑바로 목격했다. 을 통해 고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 읽으면서 혁명 정신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깨어 있는 시민이 필..

읽고본느낌 2023.02.19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국민교육헌장이 나온 게 1968년 12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1968년은 북한에 의한 청와대 습격,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푸에블로호 사건이 터져 남북관계가 최고로 긴장 상태였던 해였다. 그리고 박정희 장기 집권의 시작이었던 삼선 개헌의 전해였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국민교육헌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개인의 자유나 행복보다 국가 발전을 우선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중간에 나오는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라는 구절이 이를 잘 말해준다. '공익', '질서', '능률', '애국', '애족'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권리보다는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다. 국민교육헌장에 담긴 기본 이데올로기는 국가에 대한 충성과 반공이라고 ..

참살이의꿈 2016.01.29

귀태(鬼胎)

민주당 홍익표 대변인의 '귀태' 발언으로 정국이 달아오르더니 이제 진정되어 간다. 여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자 문제의 발언을 한 야당 대변인이 사퇴하고 대표가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있다. 홍 대변인의 발언은 이랬다. "작년에 나온 책 중에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라는 책이 하나 있는데, 그 책에 귀태(鬼胎)라는 표현이 있다. 귀신 귀(鬼)자에다 태아 태(胎)자를 써서,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다. 당시 일본제국주의가 세운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에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다. 아베 총리는 시기 노부스케의 외손자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의 장녀이다." 귀태라는 말의 ..

길위의단상 2013.07.15

Daughter of Dictator

우연히 어제 날짜 'Asianews'에서 여당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씨를 'the daughter of a dictator'(독재자의 딸)로 소개하고 있는 걸 보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통상적으로 외국 언론들은 그렇게 쓰고 있었다. 'Dictator's Daughter', 'Daughter of Dictator'가 전형적인 표현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박정희는 'President'로 보다는 'Dictator'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언론은 좀 더 자세히 'Military Dictator'(군인 독재자), 'Assassinated Dictator'(암살된 독재자)로 적고 있다. 영어 사전에서 'dictator'를 찾아보면 예문에는, 독일의 히틀러, 스페인의 프랑코, 튀니지의 벤 알리, 리비아의 가다피..

길위의단상 201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