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줄기에 딱 한 송이만 피었다. 아마 이 세상에 나와서 첫 꽃을 피웠는지 모른다. 길을 가다가 눈길을 끈 모란이다. 나는 모란이 애호하는 꽃이 아니어서 그저 일별하고 지나가는 정도지만 이 모란에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가만히 바라보니 순백의 색깔이 순결하면서 고귀하게 느껴진다. 그래, 붉다 못해 검기까지한 색깔보다는 훨씬 낫다. 모란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때는 기록에 남아 있다. 신라 진평왕 때 당나라에서 모란 그림과 꽃씨를 보내왔다. 뒤에 선덕여왕이 된 공주가 그림에 나비가 없는 걸 보고 이 꽃에는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꽃씨를 심어보니 향기 없는 꽃이 피었다고 한다. 선덕여왕이 어릴 때부터 영민한 소녀였다는 얘기다. 실제로 코를 대보니 전하는 이야기와는 달리 향기가 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