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3

백모란 한 송이

가는 줄기에 딱 한 송이만 피었다. 아마 이 세상에 나와서 첫 꽃을 피웠는지 모른다. 길을 가다가 눈길을 끈 모란이다. 나는 모란이 애호하는 꽃이 아니어서 그저 일별하고 지나가는 정도지만 이 모란에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가만히 바라보니 순백의 색깔이 순결하면서 고귀하게 느껴진다. 그래, 붉다 못해 검기까지한 색깔보다는 훨씬 낫다. 모란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때는 기록에 남아 있다. 신라 진평왕 때 당나라에서 모란 그림과 꽃씨를 보내왔다. 뒤에 선덕여왕이 된 공주가 그림에 나비가 없는 걸 보고 이 꽃에는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꽃씨를 심어보니 향기 없는 꽃이 피었다고 한다. 선덕여왕이 어릴 때부터 영민한 소녀였다는 얘기다. 실제로 코를 대보니 전하는 이야기와는 달리 향기가 진하다. ..

꽃들의향기 2023.05.14

도산서원 모란

지금 도산서원은 모란이 한창이다. 경내가 온통 모란으로 덮여 있다. 퇴계 선생이 매화를 사랑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얘기다. 선생의 마지막 유언도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는 부탁이었다. 그런데 퇴계와 모란과는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도산서원 가득 만개한 모란을 보며 무척 생경스럽게 느껴졌다. 모란은 부귀와 영화를 상징한다. 꽃 생김새도 화려하다. 선생의 삶이나 서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꽃이다. 선생은 세속적인 부귀영화보다는 학문을 통한 인간적인 완성을 지향하신 분이다. 그런 사상이 도산서원에 집약되어 나타나 있다. 서원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모란만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념 식수한 금송도 마찬가지다. 경내 중앙에 버티고 서 있는 금송도 서원의 격에 맞지 않는다. 특정의 장소에 궁합이 맞는 나무..

꽃들의향기 2011.05.17

모란

모란을 보면 중국이 연상된다. 원산지가 중국이기도 하거니와 꽃의 모양이나 색깔이 왠지 중국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옛부터 화중왕(花中王)이라고 꽃 중의 제일로 쳤다지만, 활짝 핀 모란은 그 풍성한 자태가 도리어 부담이 될 정도로 나로서는 예쁘다는 느낌은 별로 갖지 못했다. 선덕여왕이 아직 어렸을 때의 얘기다. 중국에서 얻어 온 모란꽃 그림을 보여주니 "꽃은 아름다우나 향기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웃으며 물으니 "그림에 벌, 나비가 없으니 이는 반드시 향기가 없는 꽃입니다."라고 답했다. 그 종자를 심어보니 과연 말대로였다. 선덕여왕의 총명함을 말해주는 일화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얘기도 조금 비틀어보면 그림에 나비가 없다고 해서 향기가 없다고 단정..

꽃들의향기 200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