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을 보면 중국이 연상된다. 원산지가 중국이기도 하거니와 꽃의 모양이나 색깔이 왠지 중국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옛부터 화중왕(花中王)이라고 꽃 중의 제일로 쳤다지만, 활짝 핀 모란은 그 풍성한 자태가 도리어 부담이 될 정도로 나로서는 예쁘다는 느낌은 별로 갖지 못했다.
선덕여왕이 아직 어렸을 때의 얘기다. 중국에서 얻어 온 모란꽃 그림을 보여주니 "꽃은 아름다우나 향기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웃으며 물으니 "그림에 벌, 나비가 없으니 이는 반드시 향기가 없는 꽃입니다."라고 답했다. 그 종자를 심어보니 과연 말대로였다. 선덕여왕의 총명함을 말해주는 일화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얘기도 조금 비틀어보면 그림에 나비가 없다고 해서 향기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총명함이 아니라 독단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모란이 향기 없는 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제발 향기 없는 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든 사람들의 코를 마비시켜 버렸는지도 모른다.
모란과 작약은 구분하기가 힘들다. 이 꽃들은 품종도 워낙 많아 꽃의 색깔이나 모양새로는 구별이 쉽지 않다. 그런데 밑둥을 살펴 보면 모란은 목질로 되어 있다. 작약은 풀인데 비해, 모란은 나무이기 때문이다.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은 사라지고, 삼백 예순 날 울 수밖에 없는 시인에게 모란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오랜 기다림 끝에 핀 꽃이 결국은 다시 시들 수밖에 없는, 그래서 모든 것은 결국 '찬란한 슬픔의 봄'일 수밖에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