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뾰족 구두로 똑, 똑 소리 나게 걸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신발 굽이 낮아진다. 그저 높낮이 없이 바닥이 평평하고 언제 끌고 나가도 군말 없이 따라 오는 편안한 신발이 좋다. 내가 콕, 콕 땅을 후비며 걸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헤지게 했는지 또닥거리며 걸었을 때, 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가슴 저리게 울렸을지 굽을 낮추면서 알겠다. 신발이 닳아 저절로 익숙해진 낮은 굽은 굽 높은 신발이 얼마나 끄덕거리면서 흔들흔들 살아가는지 말해준다. 이제 나는 온들 간들 소리 없고 발자국도 남기지 않는 하얀 고무신이고 싶다. 어쩌다 작은 발이 잠깐 다녀올 때 쏘옥 신을 수 있고 큰 발이 꺾어 신어도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나는 굽이 없는 신발이다. - 나는 굽 없는 신발이다 / 문차숙 얼마 전 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