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수 3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장마처럼 눅눅하고 우울한 기분이 이어지는 날들이다. 도서관 서가의 책을 훑어보다가 제목에 끌려서 꺼낸 책이다.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접하면서 위안을 받는 어찌할 수 없는 동물이다. 그런 연민이나 안도감이라도 없다면 세상을 살아내기가 훨씬 더 뻑뻑할 것이리라. 는 카툰 작가인 박광수 씨가 그리고 썼다. 짧은 글에 그림이 어우러져 있어 책장이 쉽게 넘어갈 듯하지만 문득 멈추어야 되는 순간이 잦다. 그래 맞아,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해, 라는 독백이 절로 나온다. 지은이가 자주 지적하는 대로 삶은 버텨내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볼 때는 즐겁고 재미나게 사는 것 같지만, 자신은 '버티기'가 삶의 기조였다고 한다. 그런 산을 무수히 넘어서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읽고본느낌 2018.07.13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만화가 박광수 씨의 카툰집이다. 그림과 글이 잘 어울려 있다. 만화책 보듯이 넘기면 한 시간이면 다 볼 수 있지만, 짧은 글이 주는 여운이 길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 삶에 대한 통찰이 반짝이는 글과 그림이다.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게 바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다. 전에 , 도 재미있게 보았다. 은 살면서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간결한 그림과 더해져 작가의 생각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다. 작가의 어머니는 치매 때문에 요양원에 계신 모양이다. 그로 인한 가족의 아픔이 '안단테, 안단테, 안단테'에 잘 그려져 있다. 아내를 요양병원에 보낸 아부..

읽고본느낌 2014.12.21

악마의 백과사전

'OO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들이 있다. 상식의 위선을 까발리며 말 이면에 숨어 있는 솔직한 의도를 드러내 준다. 만화가 박광수 씨가 펴낸 도 같은 류의 책이다. "그래,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았다. 책에 나온 단어의 새로운 해석을 옮긴다. -------------------------------------------------------------- 가난 貧困 poverty 사람마다 기준과 정의가 다른 지갑의 무게. 일반적으로 지갑의 품질과 관계가 없으며 용모나 인생관, 인격따위와도 크게 연관이 없다. 가발 假髮 wig 철든 사람이 타인에게 함부로 맨살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기에 큰돈 주고 구입하는, 인체..

읽고본느낌 201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