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처럼 눅눅하고 우울한 기분이 이어지는 날들이다. 도서관 서가의 책을 훑어보다가 제목에 끌려서 꺼낸 책이다.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접하면서 위안을 받는 어찌할 수 없는 동물이다. 그런 연민이나 안도감이라도 없다면 세상을 살아내기가 훨씬 더 뻑뻑할 것이리라.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카툰 작가인 박광수 씨가 그리고 썼다. 짧은 글에 그림이 어우러져 있어 책장이 쉽게 넘어갈 듯하지만 문득 멈추어야 되는 순간이 잦다. 그래 맞아,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해, 라는 독백이 절로 나온다.
지은이가 자주 지적하는 대로 삶은 버텨내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볼 때는 즐겁고 재미나게 사는 것 같지만, 자신은 '버티기'가 삶의 기조였다고 한다. 그런 산을 무수히 넘어서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나 그러하리라. 삶이란 본래 그런 것이니까.
책 내용 중에 고개를 끄덕인 구절이 있다. 허허~ 하고 나도 웃었다.
당신이 너무 그리운 날에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미동 없이 있으면
어둠 속에서 당신의 얼굴이
점점 선명해졌다.
당신이 너무 그리운 날에는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미동 없이 있으면
어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이내 잠이 온다.
늙으니 눈을 감으면 잠이 온다.
육신만 늙어야 하는데,
그리움도 늙어 버렸다.
요즘 유행어처럼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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