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가 평화헌법 개정과 자위대 궐기를 촉구하며 할복자살한 때가 48년 전인 1970년이었다. 그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사진과 함께 신문에 크게 보도된 기사를 보며 놀랐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그가 외친 내용은 차치하고 자기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죽음의 방식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극우 민족주의자인 그에 대한 관심은 멀어졌다.
<부도덕 교육 강좌>는 미시마 유키오가 쓴 산문집이다. 책 제목 그대로 사회 통념이나 도덕에 반기를 드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선생을 무시하라' '거짓말을 많이 하라' '약속을 지키지 마라' '청년이여, 나약해져라' '여자에게 폭력을 사용하라' 등의 제목을 봐도 알 수 있는데, 미시마 유키오다운 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읽어 보면 제목처럼 과격하지는 않다. 부도덕을 장려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도덕적 결론으로 귀결된다.
1960년에 일본에서 출판된 책이니 일부 고루함도 느껴진다. 그러나 당시에는 젊은이들에게 꽤 설득력 있게 다가갔을 성싶다. 60대인 나에게는 별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책이다. 다만 인간의 허위, 체면, 위선 등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려는 의도는 좋다.
혼탁한 세상에서는 맷집을 가진 인간이 되어야 한다. 너무 정직하면 생존경쟁에서 도태된다. 1급수에서 놀던 물고기는 다른 물에서 살지 못한다. 부도덕에 대한 강인한 정신을 단련시켜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충고다.
미시마 유키오는 다재다능한 작가였던 것 같다. 하지만 할복자살을 유발한 그의 의식은 유치해 보인다. 일본적인 것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국수주의라는 외곬수로 빠진 듯하다. 내면적으로는 우리의 태극기 부대와 통하는 바도 있어 보인다. 조만간 시청 앞 광장에서 성조기와 함께 일장기도 나부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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