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그날, 바다

샌. 2018. 6. 17. 15:18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객관적인 자료를 통한 과학적 분석이 돋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월호 침몰은 왼쪽 앵커 때문에 일어났다. 무슨 이유에선지 출항한 뒤부터 왼쪽 앵커가 아래로 늘어졌고, 수심이 얕은 곳을 지날 때 앵커가 과 충돌하며 항로가 변했다. 이런 현상은 여러 차례 일어나며 누적되다가 사고 지점에서 결정적인 충격을 받았다.

영화를 만든 사고 조사팀은 사고 시간과 항로 기록 데이터가 수정되고 조작되었음을 밝힌다. 은폐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AIS 항적도는 가짜다. 실제 항로는 남서 방향, 병풍도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그곳은 수심이 얕아 앵커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굳이 이 사실을 감추려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누군가 고의로 앵커를 내려뜨리지 않는 한, 앵커 결함에 의한 단순 사고기 때문이다. 그리고 앵커로 의해 배가 여러 차례 항로 변경이 일어났다면 과연 선원들이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런 식으로 열 시간 넘게 운행했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를 다시 돌아본다.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오후 9시에 인천항을 출발했다. 안개 때문에 2시간 30분이나 출발이 지연되었다. 배에는 476명의 인원(단원고 학생 325명, 교사 14명, 일반인 104명, 선원 33명)과 차량 180대를 비롯한 많은 짐이 실려 있었다.

세월호는 17일 오전 8시 50분경 병풍도 부근에서 급선회하면서 기울어졌다(영화에서는 사고 시간이 8시 40분경이라고 한다). 최초 신고는 8시 52분에 배에 탄 학생으로부터 전남소방본부 119에 걸려왔다. 9시 6분에 진도관제센터는 세월호와 직접 교신을 했다. 배는 이미 50도 이상 기울어졌다. 9시 25분에 해경 구조정과 헬기가 도착했다.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은 없었다. 구조정은 10시 13분 해경은 선정과 선원을 구조하고 현장을 떠났다. 두 시간 동안 172명이 구조되었고, 304명이 사망했다.

사고 발생은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왜 구조가 그토록 엉망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울화통이 터진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으라!"는 방송에 대부분의 학생과 일반인 승객은 선실에서 대기했다. 두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만약 신속하게 대피가 이루어졌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구명조끼를 걸친 채 천진난만하게 기다리는 어린 학생들 영상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러면서 선장과 선원들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저희들만 탈출했다. 수 백명이 배에 갇혀 있는 걸 알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당시 선원들의 행동은 고의성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배가 그 정도로 기울며 가라앉고 있는데 누구 한 사람 탈출해야 한다고 건의하지 않았다. 골든타임 40분이면 승객 대부분을 탈출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무능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결과가 참담하다. 가만 있으라, 해 놓고 자기들만 도망쳐 나온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

세월호는 구조 실패가 아니라 아예 구조를 하지 않았다. 탈출해 나온 사람만 건져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황이 없었다 해도 대형 여객선이 가라앉는데 안에 있는 승객에 대한 조치가 없었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세월호에 분노하는 것은 어린 학생들을 수장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하기 힘든 사실 때문에 음모론도 생긴다. 그러므로 사고 원인과 대응 조치에 대한 책임은 철두철미 밝혀져야 한다. 전 정부에서는 진상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사고 원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영화에서 제시하는 앵커 원인설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의문점은 있다.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이런 사고가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유가족과 국민이 충분히 납득하기까지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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