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강윤중 기자가 사진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재조명한 책이다. 신문 연재물을 책으로 엮어낸 것 같다. 책에는 광부, 난민, 이슬람교인, 말기 암 환자, 철거민, 동성애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쪽방촌 노인 등과 함께 생활하며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에서는 소외된 이웃을 대하는 지은이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사진보다는 글이 더 와 닿는다. 아마 카메라를 들이대기에 조심스럽고 망설인 탓이 아닌가 싶다. 공감과 이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 뒤에 사진과 글이 나오는 게 순서다.
우리는 세상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 색안경은 대체로 이 사회가 만들어준 것이다. 때로는 자신이 임의로 만든 색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현상을 사실 그대로 보지 못한다. 타인이나 세상을 보는 관점이 오해와 편견투성이다. 여기서 갈등이 생겨난다. 쓸데없는 오해로 인간관계를 그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바로 알면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는 우리가 관습적으로 끼고 있는 색안경을 벗기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 난민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500여 명이 난민 신청을 했는데 우선 그들의 거주 문제가 시급하다. 범죄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난민 신청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작년에는 거의 1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난민 수용률은 겨우 1.2%다. 세계에서도 매우 야박한 나라 중 하나다. 고시 합격보다 어렵다고 한다.
이 책에는 콩고 출신으로 6년간의 투쟁 끝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욤비와 현재 난민 신청을 하고 허가를 기다리는 몇 가족 얘기가 나온다. 2001년에 첫 난민 인정자가 된 에티오피아 출신 데구는 차별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떠나갔다. 욤비도 여건이 되면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불편한 시선과 차별 때문이다.
얼마 전에 영화 '허스토리'를 보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송을 위해 일본을 오가며 뒷바라지하는 정숙 역의 김희애에게 무엇 하러 그 고생을 하느냐며 친구가 묻는다. "부끄러워서." 김희애의 대답이다. 제대로 알게 되면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는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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