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들판에 노란 산국(山菊)이 핀다. 너도나도 잎을 떨구거나 누렇게 시들 때 늦게서야 꽃을 피우는 게 산국이다. 인고의 꽃이고, 인내의 꽃이다. 어떤 효험이 있음을 믿어서일까, 사람들은 노란 꽃을 꺾어 말려서 국화차를 마시거나, 베갯속에 넣어 긴 밤의 동반자로 삼고자 한다. 가을이 짙어가면 산들에는 산국 향기 그윽해진다. 시인이 '외로운 계절을 홀로 지키는 빈들의 색시여!'라고 영탄한 바로 그 꽃이다. 들녘 비탈진 언덕에 네가 없었던들 가을은 얼마나 쓸쓸했으랴 아무도 너를 여왕이라 부르지 않건만 봄의 화려한 동산을 사양하고 이름도 모를 풀 틈에 섞여 외로운 계절을 홀로 지키는 빈들의 색시여 갈꽃보다 부드러운 네 마음 사랑스러워 거칠은 들녘에 함부로 두고 싶지 않았다 한아름 고이 안고 돌아와 화병에 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