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는 20대에 혼자가 되셨다. 여자 혼자의 몸으로 딸 셋을 키우고 청춘의 긴 세월을 독수공방으로 살아오셨다. 그리고 늙어서는 외지에 나간 외손주들을 기르느라 객지 생활로 평생을 사셨다. 외할머니의 속을 어린 손주들이 얼마나 헤아릴 수 있었을까? 예전 어느 날 고향 집 화단에 핀 상사화를 보고 넋두리 하시는 말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꽃은 잎을 못 보고, 잎은 꽃을 못 보고, 얼마나 애달플꼬." 그 말은 분명 당신의 신세를 꽃에 견주어 말씀하신 것으로 나에게는 받아들여졌다. 직접적으로는 한 번도 당신의 일생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없었고, 우리도 또한 물어보지 못했다. 저 상사화를 보면 그때 외할머니의 슬픈 표정이 떠올라 괜히 서글퍼진다. 교정에 상사화가 무리를 지어 피었다. 상사화는 잎이 먼저 나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