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상사화

샌. 2006. 8. 1. 14:42



외할머니는 20대에 혼자가 되셨다. 여자 혼자의 몸으로 딸 셋을 키우고 청춘의 긴 세월을 독수공방으로 살아오셨다. 그리고 늙어서는 외지에 나간 외손주들을 기르느라 객지 생활로 평생을 사셨다. 외할머니의 속을 어린 손주들이 얼마나 헤아릴 수 있었을까?

 

예전 어느 날 고향 집 화단에 핀 상사화를 보고 넋두리 하시는 말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꽃은 잎을 못 보고, 잎은 꽃을 못 보고, 얼마나 애달플꼬."

 

그 말은 분명 당신의 신세를 꽃에 견주어 말씀하신 것으로 나에게는 받아들여졌다. 직접적으로는 한 번도 당신의 일생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없었고, 우리도 또한 물어보지 못했다. 저 상사화를 보면 그때 외할머니의 슬픈 표정이 떠올라 괜히 서글퍼진다.

 

교정에 상사화가 무리를 지어 피었다. 상사화는 잎이 먼저 나왔다가 다 지고 난 후에 꽃이 핀다. 그래서 저렇게 잎 하나 없는 줄기에 꽃이 너댓개가 달려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연상해서 상사화(相思花)로 이름 붙여 주었나 보다.

 

줄기는 무척 연약해서 건드리면 톡부러진다. 사진을 찍다가 잘못 살짝 부딪쳤는데 줄기 하나가 잘려 버렸다. 저 연분홍빛 상사화는 나를 자꾸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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