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산수국

샌. 2006. 7. 20. 16:57





산수국을 보면 자연의 디자인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라색, 분홍색, 푸른색, 흰색 등의 조화도 아름답지만, 가운데 자잘한 꽃과바깥을 둘러싼꽃잎들의 배치가무척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깥에 빙 둘러서 피어있는 꽃은 가짜꽃으로 가운데 꽃의 수정을 위해 벌나비를 불러모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은 무성화인 셈이다. 인간이 아름답게 느끼는 속에는 이렇게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있다.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물의 제일 임무는 후손 번식임을 알게 된다. 식물이고 동물이고 생긴 모양이나 행동의 배후에는 무조건적인 생식의 몸부림이 숨어있는 것이다.

 

산수국의 꽃 색깔은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수정이 끝나면 주변의 무성화는 곧 시들어서 꿀이 없음을 벌나비에게 알린다고 하니 신기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이 바로이쁘디이쁜 산수국꽃의 계절이다. 김용택 님의 '산수국꽃'이라는 시다.

 

아침 저녁으로 다니는 산 아래 강길

오늘도 나 혼자 걸어갑니다

산모롱이를 지나 한참 가면

바람결처럼 누가 내 옷자락을 가만가만 잡는 것도 같고

새벽 물소리처럼 나를 가만가만 부르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 자리를 그냥 지나갑니다

오늘도 그 자리 거기를 지나는데

누군가 또 바람같이 가만가만 내 옷깃을

살며시 잡는 것도 같고

물소리같이 가만가만 부르는 것 같아도

나는 그냥 갑니다

그냥 가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가만히 흔들렸던 것 같은

나무이파리를 바라봅니다

그냥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갑니다

다시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가만히 서 있다가

흔들렸던 것 같은 나뭇잎을 가만히 들춰봅니다

아, 찬물이 맑게 갠 옹달샘 위에

산수국꽃 몇 송이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나비같이 금방 건드리면

소리없이 날아갈 것 같은

꽃이파리가 이쁘디이쁜

산수국꽃 몇 송이가 거기 피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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