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3

염세 철학자의 유쾌한 삶

쇼펜하우어를 염세 철학자로 규정하면 곤란하다. 그는 세상의 근본을 고통이라 봤지만 반면에 지혜를 통해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쇼펜하우어가 주장한 것은 동양 불교의 선(禪)이나 도가 사상과 닮은 데가 있다. 20대 초반에 읽었던 를 통해 그가 생을 부정하는 철학자가 아님을 확인했었다. 제목이 도발적인 은 그의 저작 중에서 유쾌하기 살아가기 위한 가르침을 뽑아서 소개한다. 쇼펜하우어는 철학을 통해 지혜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고독해야 한다. 고독을 통해서만 인간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면서 통찰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는 고독을 찬양하는 내용이 많다. 그중에서 고슴도치 비유는 유명하다. "고슴도치 무리는 추운 겨울이 오면 얼어 죽지 않도록 서로 온기를 나누려고..

읽고본느낌 2023.02.16

고슴도치의 가시

"어느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서로 바싹 달라붙어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곧 그들의 가시가 서로를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떨어졌다. 그러자 그들은 추위에 견딜 수 없어 다시 한 덩어리가 되었다. 그러자 가시가 서로를 찔러 그들은 다시 떨어졌다. 이와 같이 그들은 두 악(惡) 사이를 오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들은 상대방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발견했다." 쇼펜하우어가 쓴 우화인데, 인간의 외로움과 공허함으로부터 생겨나는 사교의 욕구는 서로를 한 덩어리가 되게 한다. 그러나 너무 가까워지면 불쾌감과 반발심이 일어 다시 떨어진다. 서로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간격이 인간 세상에서 지켜야 하는 정중함과 예의다. 일종의 중용인 셈이다. ..

참살이의꿈 2013.11.12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청춘 시절에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라는 말만으로도 매력적인 철학자였다. 그의 책을 읽고 세상의 허무함을 자각한 여러 사람이 자살했다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옛날 노트를 보니 쇼펜하우어의 를 읽었던 느낌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고작 스무 살짜리가 쇼펜하우어를 자네라고 부르며 젊음의 객기를 부리는 모습을 흰 머리가 되어 흐뭇하게 바라본다. 1973/9/27 Arthur Schopenhauer(1788-1860) Schopenhauer에 대한 선입감은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독특하고 쓴 웃음이 나오는 묘한 감정 말이다. 처음 그의 저서를 대할 때는 막연한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높은 산을 정복하기 전의 알피니스트의 심정과 같다고나 할까. 그의 思想에 젖어보고 싶었으며 특출한 그의 재능이 나에..

읽고본느낌 201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