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륵사 7

신륵사와 흰죽지

수녀님을 만나러 이천에 갔다가 여주를 지나는 길에 신륵사에 잠시 들리다. 신륵사는 '신륵(神勒)' - 신령의 힘으로 굴복시킴 - 이라는 이름과 함께 풍광 좋은 남한강변에 위치한 것도 다른 절과 달리 특이하다. 남한강의 옛날 이름은 여강(驪江)이었다. 강월헌(江月軒)에서 바라보는 여강의 경치는 일품이다. 눈맛이 제일 시원한 곳이 강월헌과 불탑이 있는 이곳이다. 해 지는 이곳에서 속울음 삼키며 하염없이 앉아 있던 때가 있었다. 높이 9.4m의 신륵사다층전탑(神勒寺多層塼塔),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려 시대의 벽돌 탑이라고 한다. 은행나무 관세음보살. 신륵사 경내에는 옛 조포(潮浦) 나루터가 있다. 조포나루는 삼국시대부터 한양의 마포나루와 광나루, 여주 이포나루와 함께 4대 나루 중 하나였다. 이곳에는 통행자의..

사진속일상 2022.02.24

신륵사

여주를 지나는 길에 잠깐 신륵사에 들렀다. 나에게 신륵사는 아련한 슬픔으로 젖어오는 곳이다. 저 석탑 옆 바위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속울음을 삼킨 적 있었다. 세월이 지나가면 다 나을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다독였다. 그때는 시절의 배반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한 상처가 아물고 다시 신륵사에 섰을 때 이번에는 4대강 사업으로 강변이 황폐화되고 있었다. 그 꼴이 보기 싫어 다시 신륵사에 가지 않았다. 다행히 정리된 후의 모습은 그다지 흉하지 않았다. 그래도 모래사장이 있던 자연스런 강과 비교될 수는 없는 일이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두 감정 모두 이제는 많이 가라앉았다. 시대를 거역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는 나이도 되었다. 이제는 관조의 때라는 걸 안다. 선악의 칼날도 너무 날카로우면 자신을 벨 수 ..

사진속일상 2017.04.28

신륵사 은행나무

훤칠하게 잘 생긴 은행나무다. 신륵사에는 600년 된 나무 세 그루가 있다. 향나무, 참나무, 그리고 이 은행나무다. 어쩌면 나이가 다 비슷한지, 아마 신륵사가 중창된 나옹선사 시대 쯤으로 추정해서 나무의 나이를 정하지 않았나 싶다. 이 은행나무는 두 개의 줄기가 거의 나란하게 뻗어 올랐다. 키는 22m이고, 줄기 둘레는 각각 3.1m와 2.7m다. 한창 장년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년의나무 2012.10.07

신륵사 향나무

여주 신륵사(神勒寺)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는데 고려 말에 나옹선사가 머물면서부터 유명해졌다. 선사가 입적하면서 기이한 일이 일어났고, 그뒤에 여러 건물들을 신축했다고 전한다. 신륵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지공, 나옹, 무학, 세 분의 영정을 모신 조사당이다. 이 조사당 앞에 수령이 600년 된 향나무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 나옹선사의 제자였던 무학대사가 심은 것이라고 한다. 나무 높이는 5m, 줄기 둘레는 1.3m인데 줄기가 많이 상해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잎을 보면 나무는 아직도 원기왕성하다. 다만 조경수처럼 너무 예쁘게 다듬어놓은 게 도리어 거슬린다. 드러나지 않을 듯 적당히 손질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2.10.07

서울 놈들만 좋겠네

여주 신륵사 앞을 흐르는 남한강의 4대강 공사 현장을 찾았다. 공사가 마무리되어 가는 모습이 어떨까 무척 궁금했다. 이곳은 상류에 강천보, 하류에 여주보가 세워지는 중간 지점으로 전에는 황금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유원지였다. 그러나 그 아름답던 여강(驪江) 풍경은 다 사라졌고 지금은 거대한 제방과 흙더미만 쌓여있다. 이렇게까지 살벌하게 변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건 강이 아니라 수로라고 해야 옳다. 어떻게 한 순간에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지, 가슴이 아프고 먹먹해졌다. 신륵사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강월헌(江月軒)에 섰다. 마침 단체 관광을 온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그분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나옹선사의 시..

사진속일상 2011.06.16

강가에서

헉헉거리며 산에 오르고, 온천탕에서 몸 담그고, 폭포도 맞고, 한 숨 늘어지게 자기도 하고, 그러다가 저녁 무렵에는 강가에 앉다. 남한강변 - 가파른 절벽에 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게 자라고 있는 벼랑 끝 바위 - 조망이 무척 좋은 곳이다. 천년 만년 변함 없을 것 같은 바위 덩어리를 핥으며 강물은 쉼없이 흘러간다. 쉬이 흘러가는가 싶다가도 소용돌이를 치고, 맴돌이를 하다가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한 걸음에 내달리다가 바위에 부딪쳐 비명을 지르기도 하면서,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없이 흘러간다. 대해에 다다르기 위해서 그들은수도 없이 넘어지고 엎어지며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천년 전, 백년 전, 앞서 살았던 선인들도 이 자리에 앉아 넋 놓아 저 강물을 바라본 사람 있었으리라. 그들은 삶의 ..

사진속일상 2004.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