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7

개쑥부쟁이

가을이면 남한산성 성곽을 따라 쑥부쟁이가 환하게 피어난다. 쑥부쟁이는 이름처럼 정겹고 친근한 우리 꽃이다. 구절초가 귀족의 우아한 분위기라면, 쑥부쟁이는 서민의 소탈함을 보여준다. 남한산성에서 가을에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꽃은 쑥부쟁이 중에서도 개쑥부쟁이다. 미국쑥부쟁이도 자주 보인다. 쑥부쟁이와 개쑥부쟁이는 꽃 모양으로는 쉽게 구별이 안 된다. 그냥 산에서 보는 대부분의 쑥부쟁이는 개쑥부쟁이로 보면 된다. 쑥부쟁이는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성곽 아래 피어난 쑥부쟁이를 보면 가을이 깊어간다는 걸 재삼 확인한다.

꽃들의향기 2018.10.11

월악산 까실쑥부쟁이

월악산을 오를 때 높은 곳 바위 틈에서 까실쑥부쟁이가 많이 보였다. 어느 곳에서 보는 까실쑥부쟁이보다 색깔이 선명하고 맑았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자라는 환경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다. '까실'은 쑥부쟁이 중에서도 잎이 까실까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쑥부쟁이 종류만 10여 종인데 서로 구별하는 건 어렵다. 다른 꽃과 쑥부쟁이를 구분해 낼 수만 있어도 대단하다. 쑥부쟁이는 무척 생명력이 강하고 서민적인 분위기가 나는, 우리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14.09.22

화악산 꽃산행

화악산(華岳山)은 높이 1,468m로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신선봉, 중봉, 응봉 등의 봉우리가 있는데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대부분 출입금지다. 그중 중봉은 옹색하긴 하지만 정상에 설 수 있다. 금강초롱을 보기 위해 화악산을 찾아간 길에 중봉까지 오르기로 했다. 들머리는 중봉에 오르기 쉬운 화악터널로 잡았다. 중봉까지 군사용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단점은 시멘트길을 오래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은 금강초롱이 목적이었으므로 길은 무시하기로 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금강초롱 군락지를 여러 번 만났기 때문이다. 한두 개체만 봐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금강초롱이 이렇게 많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금강초롱 외에도 많은 여름꽃이 있었다. 화악산은 '화악'이라는 말 그대로 꽃과 바위산이었다. 화악터..

사진속일상 2014.09.06

까실쑥부쟁이

지난 가을에 만났던 까실쑥부쟁이다. 동행했던 K 형이 가르쳐주어서 알게 된 꽃인데, 사실 난 아직 쑥부쟁이 종류를 구분할 능력이 없다. 그저 구절초와 쑥부쟁이, 벌개미취 정도를 감각적으로 다르게 느낄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니 개쑥부쟁이, 참쑥부쟁이, 갯쑥부쟁이, 가는잎쑥부쟁이 등 쑥부쟁이의 종류를 분간할 수준은 아직 멀었다. 그때 만난 까실쑥부쟁이는 탐스러운 노란 수술에 뒤로 발랑 젖혀진 꽃잎이 인상적이었다. 까실쑥부쟁이는 개화 시기가 짧은지 제대로 만개한 때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형이 말해 주었다. 그리고 '까실'이라는 이름은 줄기에 나 있는 털을 손으로 만질 때의느낌을 옮긴 것으로 생각된다. 꽃사진을 보면 그 사진을 찍었을 때의 정경이 떠올라 흐뭇해진다. 꽃을 만날 때 화 내고 얼굴을 찌푸리는 사..

꽃들의향기 2008.01.15

미국쑥부쟁이(2)

미국쑥부쟁이는 가을이면 들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쑥부쟁이에 비해서 꽃의 크기가 작다.꽃이 옹기종기 달려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안개꽃을 보는 것 같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인데 이제는 전국으로 퍼져 있다. 이젠 꽃 이름에 미국이 붙어도 괜히 기분이 언짢다.빠른 시기에 전국으로 퍼져나가 토종을 밀어내는 것이 밉살스럽기도 하다. 실제 미국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치고 억세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꽃에 무슨 죄가 있으랴. 미국쑥부쟁이도 선입견만 갖고 보지 않는다면 가을의 분위기를 돋워주는 작고 귀여운 꽃이다. (이 꽃을 2년 전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만 잊어 버렸다. 여기에 올리는 꽃의 종류가 200종 가까이 되다 보니 자꾸 중복되는 것이 생긴다. 그런데 미국쑥부쟁이를 바라보는 느낌이 당시의 글을 ..

꽃들의향기 2006.10.17

미국쑥부쟁이

암사동 한강 둔치에는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된 자연 생태 보전 지역이 있다.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고 출입 금지된지가 1년이 되는데 지금은 억새, 갈대를 비롯해서 온갖 식물들이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땅이 되었다. 여기에 가 보면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면 땅은 금방 생명으로 가득차서 생태계가 회복되는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가장자리를 따라 전에는 보지 못했던 흰 꽃이 군락을 지어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꽃 모양은 개망초와 비슷한데 크기는 훨씬 작았으며, 올망졸망 무더기로 피어있는 모양이 가을 분위기를 더해 주고 있었다. 이름을 확인해 보니 이 꽃은 '미국쑥부쟁이'였다. 70년대에 꽃다발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들여왔는데 지금은 온 나라 산야에 두루 퍼져있다고 한다. 꽃이름에 '미국'이나 '서..

꽃들의향기 2004.10.09

쑥부쟁이

[쑥부쟁이, 고향집 앞] 잔돈푼 싸고 형제들과 의도 상하고 하찮은 일로 동무들과 밤새 시비도 하고 별 것 아닌 일에 불끈 주먹도 쥐고 푸른 달 빛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면서 바람도 맞고 눈 비에도 시달리는 사이 저도 모르게 조금씩 망가지고 허물어져 이제 허망하게 작아지고 낮아진 토성 지천으로 핀 쑥부쟁이 꽃도 늦서리에 허옇게 빛이 바랬다 큰 슬픔 큰 아픔 하나도 없이 - 신경림 `토성` 고향집 앞 냇가 둑에는 가을이면 쑥부쟁이가 지천으로 피어 올랐다. 어느 날 아침 이슬을 담은 쑥부쟁이가 아침 햇살에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막 아침 세수를 끝낸 앳된 처녀의 얼굴 같았다. 그러나 이 시에서 처럼 토성(土城)과 쑥부쟁이, 그것도 왠지 잘 어울릴 것만 같다. 삶의 풍파에 닳고 씻겨서 이젠 비어지고 둥글어진 ..

꽃들의향기 200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