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2

별 / 정진규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 별 / 정진규 지금 슬퍼하는 당신, 별을 볼 수 있는 당신은 행복합니다. 지금 아파하는 당신, 별을 낳을 수 있는 당신은 행복합니다. 어둠은 다가오는 새벽 때문이 아니라 어둠 그 자체로 환하답니다. 지금 웃고 즐거워하는 당신, 당신의 가슴에서는여전히 별들이 빛나고 있나요? 스스로 너무 밝으면 별들은 사라진답니다. 지금 대낮인 사람은 어둡습니다.

시읽는기쁨 2010.12.13

지독한 어둠 / 심재휘

아홉 살 딸아이는 어둠이 무섭다고 잠자리에 누워 말한다 나는 스텐드의 불빛을 가을 이불처럼 흐리게 덮어주고 나온다 그러면 딸아이는 오늘 밤 흉한 꿈을 꾸지 않으리라 하지만 나는 불 꺼진 거실에 서서 나의 어둠이 밝아지도록 한참을 기다린다 어둠 저편의 방으로 건너가기 위해 나의 눈은 그저기다릴 수밖에 없다 스텐드도 없이 변명도 없이 몸 하나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캄캄함 속에 서보면 안다 그러나 기어이 어둠보다 먼저 밝아오는 슬픔 언젠가는 너도 이 지독한 어둠 속에 결국 혼자 서 있을 수밖에 없을 터인데 나는 온몸에 가난한 어둠을 묻히고 다시 딸아이의 방으로 들어간다 이내 이불을 차버리고 잠든 모습이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서글픈 것이냐 - 지독한 어둠 / 심재휘 인간은 결국 지독한 어둠 속에 혼자..

시읽는기쁨 201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