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대학 동기들과 등산할 때 S가 안톤 체홉의 단편집을 읽고 있다면서 그중에서 '어느 관리의 죽음'이라는 작품의줄거리를 말해 주었다. 그때 내가 무척 흥미있게 들어서 그랬는지 뒤에 이 단편의 전문을 보내왔다. 아주 짧은 소설이지만 독수리 타법으로 찍느라 그래도 몇 시간이나 걸렸다고 했다. '어느 관리의 죽음'은 예전에 읽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감동적으로 내용을 전하는 S 앞에서 그런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아마 젊었을 때였다면 나도 읽었다고 말해서 김을 빼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소설의 내용보다도 책을 읽고 그 감동을 친구에게 전해주는 S의 마음이 무척 고마웠다. 중년의 남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오는 얘기란 뻔하지 않은가. 현실에 얼마나 잘 적응하며 즐기는지, 아니면 공허한 현실비판의 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