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가을 하늘 열린 날, 아차산과 용마산길을 걸었다. 이번에는 용마산 정상에서 대원외고 방향 능선길을 따라 긴고랑으로 내려왔다. 이 능선은 서울을 바라보는 조망이 좋았다. 확 터진 풍경으로는 이만한 데가 없다.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곳은 내가 10여 년을 산 동네다. 여기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이곳은 아직도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촌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재개발 열풍에서 비껴갔다. 옛날 단독주택이 도시형 다가구나 빌라로 대치되었을 뿐이다. 서로 키자랑을 하는 시대에 이런 소형 주택촌이 남아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골목길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도 이런 데다. 아차와 용마는 낮은 산이지만 등산 코스가 아기자기하게 나 있어 가볍게 걷기에는 최고다. 그리고 아직은 인공적인 냄새가 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