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용마산과 아차산길을 걷다

샌. 2008. 4. 9. 16:57



천마산의 봄꽃을 보려고 청량리에서 S 형, K형과 만났다. 그러나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잔뜩 흐린날씨에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예보까지 있어서 가까운 용마산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망우리에서 시작하여 능선을 따라 아차산까지 이르는 산길을 걷기로 했다.

 

산에 드니 언제 이렇게 봄이 가까이 왔나 싶게 벌써 연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다.특히 용마산과 아차산에는개나리와진달래가많다. 둘은 한국의 봄을 대표하는 꽃인데,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나리와 진달래에서는 아릇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가장 흔하게 만나면서도 늘 친근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꽃이 개나리와 진달래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그만큼 우리들 가슴 속에 살아있는 꽃들이다.

 

대개 새롭고 신기한 것을 찾아 나서지만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평범하고 늘 우리 옆에 있는 것들이다. 있는지 조차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실은 가장 소중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마치 공기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저 연초록의 나뭇잎 색깔과 진달래가 오늘은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 없었다.

 



오늘 만난 몇 종류의 야생화 중에서가장 많이 피어있는 것이 남산제비꽃이었다. 남산제비꽃은 잎이 가늘게 찢어져 있어서 쉽게 구별이 된다. K 형은 어렸을 때의 이밥, 보리밥 장난을 하던 얘기를 해 주었다. 돌이켜 보니 나도 그런 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제비꽃 열매였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남산길에서 가지가 늘어진 벚나무를 본 적이 있었다. 벚꽃은 확실하나 나무 모양이 특이해서 고개를 갸웃했었는데 오늘 산길에서 다시 만났다. 나무 박사인 K 형이 이걸 능수벚나무라고 알려 주었다. 나무 이름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치 능수버들처럼 늘어진 벚나무다.

 



능선의 북쪽으로는 북한산과 도봉산, 그리고 오른쪽에 마치 섬처럼 떠있는봉화산이 보였다. 흐리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씨였지만 시야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능선의 남쪽으로는 경기도 구리시와 한강이 펼쳐져 있다. 용마산 능선길이 바로 서울과 경기도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산 계곡 사이에 아치울 마을이 있고, 멀리 보이는 산은 예봉산이다.

 

저 강을 보면 운하라는 발상을 하는 무리들이 다시 미워진다. 산과 강을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는 멍텅구리들이 아니고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내가 낳고 기른 자식도 마음대로 못 하는 세상인데 자연을 자기 멋대로 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재벌과 일부 토건업자들, 그리고 지방 토호들의 배만 불리는 사업에조금의 떡 부스러기라도 떨어질까 하고 기대하는 어리석은 국민들도 있다. 셋은 그런 얘기를 하며 같이 공분했다.

 



하산길은 대성암을 거쳐서 우미내 마을로 내려왔다. 우미내 마을 윗쪽 계곡에 수직으로 솟은 암반에는 사람 얼굴 형태의 바위가 눈길을 끌었다. 길이가 16 m에 이르는 이 얼굴상은 '아차산 큰바위 얼굴'이라는 안내판까지 세워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배용준이 이곳에서 태왕사신기를 촬영할 때 이 바위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일명 '배용준 바위 얼굴'로도 불린다고 한다. 그래선지 일본어로 된안내문도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만났다. 멀리 천마산까지 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천마산의 봄꽃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대신에 좋은 동료들과의 가벼운 산행의 재미를 누린 하루였다. 모두들 꽃과 나무에 관심이 많은 터라 우리들 대화의 대부분은 그들에 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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