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토요 걷기>는 청계천을 거쳐 서울숲에 이르는 길을 걸었다.
경로 : 효자동 - 청계천 - 응봉산 - 서울숲 - 성수 (약 15 km)
시간 : 10:00 - 16:00
날씨 : 맑고 따뜻함
세종문화회관 뒷편의 공원에 예쁜 튜립 꽃밭이 만들어졌다. 어지러울 정도로 눈과 마음을 빼앗는 강렬한 원색의 색깔이다.
청계천의 들머리는 늘 사람들로 붐비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어선지 한적한 편이었다. 도시의 인공 중에서도 가장 인공적인 곳이 여기이다. 물이 흐르는 하천이건만 부자연스럽고 어색해서 하천이라고 부르기도 미안하다. 폭포로 갑자기 시작된 하천은 시멘트 사이을 차갑게 흐른다. 난 여기에 서면 너무나 인공적인 깔끔함에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청계천 이곳저곳에서는 봄맞이 대청소가 실시되고 있었다. 같은 유니폼으로 통일하고 벽면을 걸레질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개나리처럼 귀여웠다. 하천 가운데서도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연신 빗질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물 속에 낀 이끼와 오염물질을 쓸어내고 있었다. 당연히 그 아래쪽은 흘러내리는 부유물들로 더럽고 악취가진동했다. 청계천의 겉으로 보이는 깔끔함을 위해서는 이런 쉼없는 작업이 필요한가 보다. 이렇게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하천이라면 반신불수의 하천이다. 자연스런 정화기능을 갖춘 생태하천의 꿈은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천변에서는 버들강아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갯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들강아지와는 모양이나 색깔이 약간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는 꼭 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일부 구간에는 능수버들도 심어져 있다. 능수버들은 하천변 풍경과 잘 어울리는 나무다. 봄바람에 간들거리는 능수버들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정릉천의 모습이다. 시멘트 물길인 청계천보다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물은 탁하고 더러웠다.
청계천 군데군데 놓인 돌다리는 괜히 건너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정도로 예뻤다. 우리 인생의 강을 건너는 돌다리도 저렇게 예쁘고 반듯하기만 하지는 않다. 건너뛰다가 물에 빠지기도 하고, 그때 누군가가 내미는 따스한 손 잡고 다시 일어나리라.
청계천은 중랑천과 합류하면서 하천 푹은 넓어진다.합류지점 가까이에 이 살곶이다리가 있다. 석재로 만들어진 이 조선시대 다리는 투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호쾌한 남성적인 힘이 느껴진다.
응봉산은 이맘때면 개나리로 유명하다. 온 산이 온통 노란 개나리로 뒤덮여서 개나리 멀미가 날 정도다.
응봉상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한강에도 봄이 찾아들고 있었다. 봄기운에 화답하는 강물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응봉산에서 서울숲 가는 길에큰개불알풀꽃을 만났다. 처음에는 이놈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쥐불알이라고 했다가 곧 정정해야 했다. 이름은 듣기 민망하지만 꽃은 언제 봐도예쁘다. 멀리서 보면 파란 별들이 땅에 가득 쏟아져내린 것 같다. 멀리서 봐도 예쁘지만 가까이서 보면 더 예쁘다. 이 꽃을 처음 본 동료는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토요일 오후의서울숲은 따스한 봄햇살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이 전에는 경마장이었음을 기념하는 조각상 주위는 화려한 꽃들로 장식되어 있어 더욱 사람들로 붐볐다.
저녁 시간에는 동료들과 같이 연극 '남사당의 하늘'을 관람했다. 한국 연극 100 주년 기념으로 마련된극단 미추의 작품인데 아르코예술극장의 큰 무대에서 보는감동이 컸다. 이 작품은 남사당이라는 천대 받던 떠돌이 예인 집단의 애환을 통해 삶의 비극과숭고함이라는 이중적 느낌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야기는 안성 남사당패의 전설적인 꼭두쇠였던 바우덕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바우덕이 역은 김성녀가 맡았다. 특히 곰뱅이쇠로 나온 윤문식의 감칠 맛 나는 연기가 좋았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바우덕이를 몸을 팔도록 넘기는 장면, 그리고 바우덕이가 죽고난 후 한 바탕 신명나는 한풀이 놀이마당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토요 걷기>는 앞으로 한 달에 두 번씩 격주로 계속될 예정이다. 걷는다는 것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풍경이나 사물과 얘기를 나누는 일이다. 그것은 동시에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이 걷기가 내 삶에서 의미 있는 걸음걸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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