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운현궁의 뒤란

샌. 2008. 3. 19. 12:45



나는 뒤란이 좋다.

넓고 번잡한 앞마당보다는 좁아서 조용한 뒤란이 좋다.

뒤란은 소탈하고 정갈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가식이나 장식이 없다.

아무 때나 들러도 뒤란은 나를 포근히 품어준다.

뒤란은 어둡고 조용하다.

뒤란에는 살랑바람이 산다.

그래서 뒤란은 혼자 있어서 편안한 곳이다.

뒤란은 여인들의 터이기도 하다.

마당이 남성의 터라면 뒤란은 여성의 터다.

고된 시집살이에 서러운 여인들이 남 몰래 눈물을 찍던 곳이다.

뒤란에는 작은 장독대도 있고, 몇 송이 꽃도 수줍게 피어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뒤란은 안주인의 성품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사랑스럽고 이쁜 여인이 살고 있을것 같다.

나는 뒤란을 사랑한다.

고즈넉해서 차라리 서러운 그 분위기를 사랑한다.

나에게 뒤란은 꿈과 유년의 터다.

이른 봄,

운현궁의 뒤란은 고요하고 따스했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화가 너희와 함께  (6) 2008.03.30
봄비 내리는 골목길을 걷다  (1) 2008.03.29
상도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다  (0) 2008.03.16
세검정은 어디에  (0) 2008.03.16
낙산의 낙조  (0) 2008.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