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상도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다

샌. 2008. 3. 16. 15:46



영세를 받고 가톨릭에 입교한 뒤에 품었던 생각 중 하나는 매 주일마다 성당을 순회하며 미사를 드리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적어도 서울에 있는 성당만은 모두 들러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가까운 성당을 중심으로 찾아다녔으나 계속되지는 못했다.그것은 희망사항으로 아직도 남아있다.

 

오늘은 상도동성당을 찾아가서 미사를 드렸다. 리모델링을 했다는 성당은 밖에서 보는 모습과 달리 안은 말끔하고 단정했다. 그러나 신자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는 설명대로 너무 복잡한 것이 흠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신자들과 들어가는 신자들이 뒤엉켜 어지러웠다. 성당 안 역시 옆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며 앉아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차분한 미사 분위기는 내내 지켜지지 않았다.

 

마침 오늘이 성지주일이었다. 성지를 들고 예수님을 환영하는 무리들이 며칠이 지나지 않아 예수님 처형의 동조자로 변한다.이때가 예수님의 일생 중 가장 격렬했던 번민과 결단의 시기였을 것이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맞이하는 백성들의 환호 소리가 천지를 뒤흔듭니다. 그 시각 지도자들의 간교한 음모가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조건없이 사랑을 베푸십니다. 그 너머에서는 인간의 이기적인 배신의 불길이 강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혹독한 고독의 침묵 속에서 하느님과 하나되고자 몸부림치십니다. 그 순간 달콤한 현실적인 유혹의 강한 손길이 그분의 온몸을 휘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무죄를 확신하십니다. 하지만 현실 타협이라는 안락하고 비열한 욕망이 그분을 더욱 집요하게 유혹합니다.'

 

갈 때는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올 때는 일부러 걷는 쪽을 택했다. 사실 낯선 골목길을 걸어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도 없다. 난 어렸을 때부터 처음 가보는 길에 내 발자국이 찍히는 것을 좋아했다. 걸어보지 못한 길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한다. 그래서 돌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늘 새로운 길을 가보고 싶어진다.

 

집 뒤의 산길을 걷다가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산수유를 만났다. 연노란 고운 색깔이 갓 태어난 병아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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