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낙산의 낙조

샌. 2008. 3. 15. 09:03



낙산(駱山)은 그동안 나에게 가깝고도 먼 산이었다. 서울 생활 40 년이 넘어가는데 서울 한가운데 있는 낙산을 그동안 한번도 찾지 못했다. 대학생일 때는 낙산 바로 밑에 있는 캠퍼스에서 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산에 올라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낙산은 늘 가까이에 있었고 바라보았지만, 그래서 한 번 찾아보고픈 념만 있었지 발걸음을 하지는 못했다.

 

낙산에 갈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일이 일찍 끝난 날, 동료와 삼청공원에 산책 나갔다가 말바위 전망대까지 가보자고 한 것이 성곽길을 따라 낙산까지 이어졌다. 비록 느린 걸음이었지만 경복궁을 거쳐 삼청공원, 말바위 전망대, 혜화문, 낙산으로이어졌는데 걸은 시간만 거의 4 시간 가까이 걸렸다. 우리는 한양의 옛 성곽을 따라 걸었다. 도심 지역은 성곽이 많이 훼손되었지만 북악산과 낙산의 성곽은 복원이 되어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

 

낙산은 멀리서 보면 야트막한 언덕과 같다. 낙산은 경복궁의 좌청룡에 해당되는 산인데산세가 얕고 허한 탓에 동쪽의 기운을 보완할 필요성을 누구라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에 올라보면 사방으로의 전망이 시원해서 산으로서의 높이를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서쪽 방향으로의 조망이 아주 좋다.

 

우리는 낙산에서 지는 해를 전송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이른 봄의 바람은 부드러워졌다곤 하지만 아직 세고 차가웠다. 낙조의 여운을 즐기며 앉아있기엔 몸이 자꾸 움츠러들었다. 도시의 낙조는 왠지 쓸쓸하다. 바닷가에서의장엄하고 아름다운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그것은 일출 역시 마찬가지다. 도시의 오염된 공기를 통해 퇴색된 빛깔은 슬픈 감상만 불러 일으킨다.

 

산기슭에서 이제 막 피어난 작은 별꽃을 만났다. 무엇이든 애기 때의 모습은 귀엽고 아름다운 법이다. 하물며 꽃에 대해서는 더 말해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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