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7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

1980년대 후반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오쇼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내 책장에도 그때 사서 읽었던 오쇼 책이 10여 권 꽂혀 있다. 기성 종교나 체제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던 사람들이 오쇼에 심취했다.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넘나들며 펼치는 그의 화려한 필체에는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뭔가가 있었다.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는 넷플릭스에서 만든 6부작 다큐멘터리다. 1981년에 오쇼는 인도 아쉬람을 정리하고 미국 오리건주 앤털로프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든다.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은 오쇼의 비서였던 쉴라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공동체 실험의 시작부터, 주민과의 갈등으로 실패해서 1985년에 철수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쉴라를 비롯해서 그때의 운동에 함..

읽고본느낌 2021.07.15

시인 공화국 / 박두진

가을 하늘 트이듯 그곳에도 저렇게 얼마든지 짙푸르게 하늘이 높아 있고 따사롭고 싱그러이 소리내어 사락사락 햇볕이 쏟아지고 능금들이 자꾸 익고 꽃목들 흔들리고 벌이 와서 작업하고 바람결 슬슬 슬슬 금빛 바람 와서 불면 우리들이 이룩하는 시의 공화국 우리들의 영토는 어디라도 좋다. 우리들의 하늘을 우리들의 하늘로 스스로의 하늘을 스스로가 이게 하면 진실로 그것 눈부시게 찬란한 시인의 나라 우리들의 영토는 어디에라도 좋다. 새푸르고 싱싱한 그 바다.... 지즐대는 파도소리 파도로써 돌리운 먼 또는 가까운 알맞은 어디쯤의 시인들의 나라 공화국의 시민들은 시인들이다. 아 시인들의 마음은 시인들이 안다. 진실로 오늘도 또 내일도 어제도 시인들의 마음은 시인들만이 있다. 가난하고 수줍은 수정처럼 고독한 갈대처럼 무력..

시읽는기쁨 2014.11.26

대동사회

(禮記)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옛날 공자께서 신농씨 제사에 참석하시고 나서 성문 위에서 쉬다가 서글프게 탄식하셨다. 자유가 곁에 있다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왜 탄식하십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도(大道)가 행해졌을 때는 천하가 공공의 것이었고 어질고 능력 있는 자를 뽑아서 신의를 가르치고 화목을 닦게 하니 사람들은 그 부모만을 홀로 부모라 여기지 않았고, 그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았다. 늙은이는 편안하게 일생을 마치게 했으며, 젊은이는 다 할 일이 있었으며, 어린이는 잘 자라날 수 있었으며, 과부 홀아비 병든 자를 불쌍히 여겨서 다 봉양했다. 남자는 직업이 있고 여자는 시집갈 자리가 있었으며, 재물을 땅에 버리는 것을 싫어했지만 반드시 자기를 위해 쌓아두지는 않았다. 몸소 일하지 않..

참살이의꿈 2012.12.25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

시읽는기쁨 2011.09.09

장자[124]

남월에 한 고을이 있는데 이름을 건덕이라 합니다. 건덕의 백성은 어리석고 순박하며 사심이 없고 욕심이 적었으며 경작할 줄은 알지만 사유(私有)할 줄은 모르며 남에게 주는 것은 알지만 보답을 구하지 않고 의에 따르는 것도 모르고 예에 순종하는 것도 모릅니다. 제멋대로 함부로 해도 결국은 대도로 나아갑니다. 살아서는 즐겁고 죽으면 장사 지냅니다. 南越有邑焉 名爲建德之國 其民愚而朴 少私而寡欲 知作而不知藏 與而不求其報 不知義之所適 不知禮之所將 猖狂妄行 乃蹈乎大方 其生可樂 其死可葬 - 山木 2 장자가 그리는 이상사회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노자나 장자가 생각하는 이상사회는 거의 성인들의 공동체에 가깝다. 어떤 간섭이나 통치도 없고 사람들은 선한 본성에 따라 산다. 체제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다. 그리..

삶의나침반 2010.06.12

제대로 된 혁명 / 로렌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지나치게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이 미워서 혁명을 해서는 안된다 그저 그들의 눈에 침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을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을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쪽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건 얼마나 재미있는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작은 귀족이 되는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들을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 우리가 이제껏 너무 많이 해온 게 아닌가 노동을 폐지하자,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은 재미일 ..

시읽는기쁨 2010.02.05

유토피아의 농업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발표한 인간의 이상향을 그린 공상소설입니다. 유토피아가 당시 영국의 부조리한 현실에 바탕을두고 쓰여진오래 된 소설이지만, 지금도 이상적인 사회 모델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치 권력이나 교회 같은 당시의 사회 지배층에게 억누리고 착취 당하던 일반 민중들의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서려 있는 작품으로사유재산이 없는 평등사회,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고민과 염원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유토피아에서는 농업을 어떻게 다루었을까요? 유토피아에는 농민이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다 농민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유토피아는 54개의 도시로 되어 있는데 각 도시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안..

읽고본느낌 200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