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월에 한 고을이 있는데
이름을 건덕이라 합니다.
건덕의 백성은 어리석고 순박하며
사심이 없고 욕심이 적었으며
경작할 줄은 알지만 사유(私有)할 줄은 모르며
남에게 주는 것은 알지만 보답을 구하지 않고
의에 따르는 것도 모르고
예에 순종하는 것도 모릅니다.
제멋대로 함부로 해도 결국은 대도로 나아갑니다.
살아서는 즐겁고 죽으면 장사 지냅니다.
南越有邑焉
名爲建德之國
其民愚而朴
少私而寡欲
知作而不知藏
與而不求其報
不知義之所適
不知禮之所將
猖狂妄行 乃蹈乎大方
其生可樂 其死可葬
- 山木 2
장자가 그리는 이상사회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노자나 장자가 생각하는 이상사회는 거의 성인들의 공동체에 가깝다. 어떤 간섭이나 통치도 없고 사람들은 선한 본성에 따라 산다. 체제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무소유의 공산사회에 가깝다.가장비슷한 사례를 찾는다면수도 공동체가 떠오를 정도로 개인과 욕망은 절제된다.그러나 장자의 이상사회는 어떤 이념이나 원리로 움직이는 집단과는 정반대에 있다. 그런 것이 탈색된 원시의 무위자연이야말로 장자의 꿈이다.
문제는 이런 이상사회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이다. 틀이나 규율 없이 인간이 조화로운 평화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까? 현실세계에서 목도하는 바로는 차라리 반대에 가깝게 느껴진다. 끝없는 탐욕과 이기심이야말로 인간의 진정한 본성이 아니던가. '제멋대로 함부로 해도 결국은 대도(大道)로 나아간다' - 장자는 천진할 정도로 인간에 대해서 낙관적인 것 같다. 그런 불가능에 가까운 꿈을 꾸는 것이 장자의 매력이기도 하다. 부국강병을 말하고 치세의 철학을 설파하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장자가 말하는 이상사회의 실현 가능 여부를 떠나 그 메시지가 주는 희망과 초월성 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