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23]

샌. 2010. 6. 6. 07:34

장자가 산길을 가다가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보았다.

벌목꾼도 그 옆에 머물지만 베지 않았다.

그 까닭을 물으니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 했다.

장자가 말했다.

"이 나무는 재목이 못 되어 천수를 다할 수 없구나!"

선생은 산에서 나와 친구의 집에 묵게 되었다.

친구는 반가워

더벅머리 종에게 거위를 잡아 삶으라고 명했다.

종이 물었다.

"한 놈은 잘 울고, 한 놈은 울지 못하는데

어느 놈을 잡을까요?"

주인이 답했다. "울지 못하는 놈을 잡아라!"

이튿날 제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어제는 산속의 나무가 재주가 없었기에

죽지 않고 천수를 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으나

오늘은 주인집 거위가 재주가 없었기에

손님 음식상에 올려져 죽었습니다.

선생은 도대체 어찌 처신하라는 것입니까?"

 

莊子行於山中

見大木枝葉盛茂

伐木者止其旁而不取也

問其故曰 無所可用

莊子曰

此木以不材 得終其天年

夫子出於山 舍於故人之家

故人喜

命수子殺雁而烹之

수子請曰

其一能鳴 其一不能鳴

請奚殺

主人曰 殺不能鳴者

明日 弟子問於莊子曰

昨日山中之木

以不材得終其天年

今主人之雁

以不材死

先生將何處

 

- 山木 1

 

장자의 대답은 아마 이런 게 아니었을까. "세상적인 쓸모 없음이나 쓸모 있음에 매달리지 마라. 다 헛된 일이다. 그렇다고 지혜를 부려중간길을 찾지도 마라. 그것 또한 인위인 건 마찬가지다. 슬프다. 넌 세상의 실정을 모르느냐? 어디에건 집착하면 화를 당할 것이다.산의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오래 살고, 집의 거위는 재주가 없어서 죽임을 당한다고 한다. 삶에 집착한다면 네 역시 마찬가지다. 살고 죽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 시비나 선악의 구별,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 삶과 죽음, 그걸 넘어서라. 현상보다는 만물의 근원과 함께 하라. 세상에 얽매이지 말아라."

 

'쓸모 없는 나무가 숲을 지킨다' 라는책 제목도 있을 만큼 이는장자의 유명한 말이다. 그렇다고 장자가 단순히 무용(無用)과 장수를 찬양한 것은 아니다. 워낙 세상이 용(用)에 치우치니까 무용을 강조했을 뿐이다. 세상의 쓰임새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장자는 용과 무용으로 나누는 것조차마음에 안 들어 할 것이다. 장자는 이것을 취하고 저것을 버리지만 이것과 저것을 넘어서 있다. 하나에 처하지만 하나에 매이지는 않는다. 여기서도 장자가 말하는 도(道)의 몰가치성과 초월성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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