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25]

샌. 2010. 6. 23. 08:54

마침 배로 황허를 건너는데

빈 배가 다가와 내 배를 부딪친다면

아무리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도 성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에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소리치며 밀고 당기고 했을 것이다.

한 번 불러서 듣지 않으면 두 번 부르고, 그래도 듣지 않아

세 번째 부를 때는

반드시 악담이 따를 것이다.

앞서는 노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노하는 것은

앞서는 배가 비었고[虛] 지금은 배가 찼기[實] 때문이다.

사람이 능히 자기를 비우고 세상에 노닐면

그 누가 그를 해칠 것인가?

 

方舟而濟於河

有虛船來觸舟

雖편心之人不怒

有一人在其上

則呼張흡之

一呼而不聞 再呼而不聞

於是三呼邪

則必以惡聲隨之

向也不怒 而今也怒

向也虛 而今也實

人能虛己以遊世

其孰能害之

 

- 山木 3

 

노나라 임금에 대한 의료(宜僚)의 충고가 계속된다. 임금은 선왕의 도를 익히고 실행했는데도 환난을 면할 수 없다고 불평한다. 의료의 대답은 자신을 비우라는 것이다. 이 '빈 배'[虛舟] 이야기는 내가 장자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사람이 자기를 비우고 세상에 노닐면 그 누가 그를 해칠 것인가?'

 

여기에 더 설명을 붙이면 군더더기가 될 것이다. 이건 한 편의 시다. 오강남 선생의 번역으로 다시 읽어본다.

 

배로 강을 건너는데

빈 배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그 배에 부딪쳤습니다.

그 사람 성질이 급한 사람이지만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떠내려오던 배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당장 소리치며

비켜 가지 못하겠느냐고 합니다.

한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다시 소리치고,

그래도 듣지 못하면

결국 세 번째 소리치는데,

그 땐 반드시 옥설이 따르게 마련.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다가

지금 와서 화를 내는 것은

처음에는 배가 비어 있었고

지금은 배가 채워져 있기 때문.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능히

그를 해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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