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한가할 뿐 무리하게 설치하려 하지 않습니다.
제가 듣기로 깎고 쪼았거든
다시 자연의 소박함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一之間無敢設也
奢聞之旣彫旣琢
復歸於朴
- 山木 4
위나라 영공을 위해서 북궁사(北宮奢)가 종과 종각을 만드는 공사를 맡았는데 석 달만에 힘들이지 않고 완성했다. 왕자 경기(慶忌)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수월하게 할 수 있었는지 물은 데 대한 북궁사의 답변이다. 큰 일을 치렀는데도 한결같이 한가할 뿐이었다고 하는 게 특이하다. 물론 마음이 그렇다는 말이다.
장자 전자방 편에는 이런 얘기도 나온다. 송나라 원군이 화가를 모집하는 광고를 냈다. 수많은 화가들이 모여들었는데 그림을 그리라고 하자 다들 붓을 꺼내고 먹을 갈았다. 그런데 늦게 도착한 한 사람은 숙소로 돌아가 옷을 벗고 벌거숭이가 된 채 쉬고 있었다. 그런데 보고를 받은 원군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됐다.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화가이다."
무엇을 하려는 욕심이 앞서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 마음을 비우고 바르게 하는 게 우선이다. 외적 목표나 사물에 집착하고 흔들리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마음이 한가하다는 것은 아무 욕심이 없다는 뜻이다. 종을 만들든지 그림을 그리든지 무심(無心)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깎고 쪼았거든 다시 자연의 소박함으로 돌아가라. 소박함을 나타내는 한자 '박'[朴, 樸]은 가공되지 않은 통나무를 가리킨다. 통나무는 거칠지만 모든 가능성을 내포한 상태다. 쓸모나 실용적 가치 이전의 원시적 생명력을 의미한다. 나무의 본성이죽지 않아자연의아름다움이 살아 있다. 그렇듯 우리 안의 그런 생명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박한 삶으로 돌아가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소박함이란 무욕(無欲)의 다른 이름이다.
이 소박함의 가치를 현대 생활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는 것이 고민하는 이들의 가장 큰 과제라고 본다. 세상의 흐름을 따라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장자적 가치와는 상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