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27]

샌. 2010. 7. 10. 11:24

상호 선생이 말했다.

"그대는 가나라 사람이 도망간 이야기를 못 들었단 말이오?

임회라는 자가 나라가 망하자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쳤는데,

혹자가 물었소.

'돈으로 따진다면 갓난아기는 값어치는 작고

짐으로 따진다면 갓난아기는 거추장스러운 짐인데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치니

어인 까닭이오?'

임회가 답하길

'구슬은 이(利)로써 결합되는 것이지만

아이는 천륜(天倫)으로 묶여 있다'고 했소."

 

子桑호曰

子獨不聞假人之亡與

林回棄千金之璧

負赤子而趨

或曰

爲其布與 赤子之布寡矣

爲其累與 赤子之累多矣

棄千金之璧 負赤子而趨

何也

林回曰

彼以利合

此以天屬也

 

- 山木 5

 

이(利)의 관점에서 본다면 천금의 보물을 버리고 갓난아이를 업고 도망친 임회는 어리석어 보였을 것이다.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아이를 지금처럼 애지중지 귀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더우기 난세에 돈을 버리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아이를 선택한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었다.

 

이 말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자본의 가치보다는 생명의 가치를 따르라는 메시지로 알아듣고 싶다. 돈이나 명예나 권력을 추구하다 보면 이(利)의 관계에만 매몰되기 쉽다. 나에게 또는 나라에 얼마나 이익이 되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는 자신의 자식은 버려두고 보물만 챙겨 달아나는 사람에 다름 아니다. 자기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 바로 천리(天理)고 도(道)다.

 

지금 당장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인간이라면 의당 도(道)의 길, 생명의 길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닐까.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 같은 국가정책도 마찬가지다. 이 정부의 사람들이 너무나 이(利)의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장자라면 어떻게 말했을까? 여기에 나오는 갓난아이는우리가 보호해야 할 연약한 생명이면서 쉼없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싶은 강(江)이기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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