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29]

샌. 2010. 8. 1. 09:24

장자가 조릉의 울타리를 거닐다가

부엉이 한 마리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날개의 넓이는 칠 척이요,

눈의 크기는 직경 일 촌이었다.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에 앉았다.

장자는 투덜댔다.

"이런 새가 다 있나?

날개는 큰데 높이 날지 못하고

눈은 큰데 나를 보지도 못하다니!"

바지를 걷고 뛰어가며 화살을 잡았으나 발길을 멈추었다.

마침 매미 한 마리가 좋은 그늘을 얻어

제 몸을 잊고 있었다.

그 곁엔 사마귀가 나뭇잎에 숨어 매미를 잡으려고

먹잇감을 노려보느라 제 몸을 잊고 있었다.

그 부엉이는 그 틈을 이용하여

잇속을 차리려고 제 본성을 잊고 있었다.

장자는 슬픈 듯이 말했다.

"오호! 만물은 본래 서로 얽혀 있어

다른 종류들이 서로 불러들이고 있구나!"

장자는 화살을 버리고 되돌아 달렸다.

밤나무 주인이 장자를 쫓아오며

밤을 훔친 줄 알고 욕을 했다.

장자는 집에 돌아와서 석 달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莊周遊乎雕陵之樊

覩一異鵲自南方來者

翼廣七尺

目大運寸

感周之상而集於栗林

莊周曰

此何鳥哉

翼殷不逝

目大不覩

蹇裳각步執彈而留之

覩一蟬方得美蔭

而亡其身

螳螂執예而搏之

見得而亡其身

異鵲從而利之

見利而忘其眞

莊周출然曰

噫物固相累

二類相召也

損彈而反走

?人逐

而수之

莊周反入三月不庭

 

- 山木 7

 

이 이야기에는 매미, 사마귀, 부엉이, 장자, 그리고 숲의 주인이 등장한다. 모든 존재들이 자신의 먹이만 노려보느라 다른 것의 먹잇감이 되는 줄은 모르고 있다. 모두 눈 앞의 이익에만 정신이 팔려 정작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장자마저 밤나무 주인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먹이 사슬이라 부를 수 있는 이것이 자연의 원리이면서 생명 가진 존재의 한계이기도 하다. 장자가 슬퍼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이런 존재의 한계성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모든 존재는 자연의 먹이 사슬의 구조 속에서 무언가를 욕망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늘 지나친 욕망은 화를 부른다. 눈 앞의 이익만 쫓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는 것이다. 이것은 '잇속을 차리려고 제 본성을 잊는다'[見利忘眞] 라는 말 속에 잘 담겨 있다.

 

어차피 인간도 더 많은 먹이를 취하기 위해, 후손 번식을 위해 타인과 경쟁하면서 살아간다.경쟁은 자연의 원리다.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이라면 그런 생물적인 경쟁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그런데 체제가 경쟁을 부추길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말 그대로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지금 세상이 그렇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에 대해 경쟁자며 적이다. 도가 사라진 세상이 된다. 서로가 눈 앞의 이익만 다투다가 정작 중요한 것은 잃고 공멸한다.

 

장자는 이런 사실을 깨닫고 화살을 버리고 숲에서 나왔다. 이 말은 이런 경쟁의 시스템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참으로 살기 위해서는 욕망의 길을 따르지 말라고 장자는 말한다. 우리는 먹이 사슬 속의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장자처럼 그 숲을 뛰쳐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131]  (0) 2010.08.18
장자[130]  (1) 2010.08.08
장자[128]  (0) 2010.07.25
장자[127]  (0) 2010.07.10
장자[126]  (0) 201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