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30]

샌. 2010. 8. 8. 12:13

양자가 송나라에 가서 여인숙에 묵었다.

여인숙에는 첩이 둘이 있었는데

하나는 미인이요, 하나는 못생겼다.

그런데 주인은 못생긴 첩은 위해 주고

미인 첩은 천대했다.

양자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주인이 말했다.

"미인 첩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므로

나는 그가 아름다운 것을 느끼지 못하오.

못생긴 첩은 스스로 못생긴 줄 알고 있으므로

나는 그가 못생긴 것을 느끼지 못하오."

양자가 말했다.

"제자들아! 기억해 두어라!

행실이 어질지라도

스스로 어진 행실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그러면 어디를 간들 사랑받지 않겠느냐?"

 

楊子之宋 宿於逆旅

逆旅有妾二人

其一人美 其一人惡

惡者貴

而美者賤

楊子問其故 逆旅小子對曰

其美者自美

吾不知其美也

其惡者自惡

吾不知其惡也

楊子曰

弟子記之

行賢

而去自賢之行

安往而不愛哉

 

- 山木 8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노력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것은 자연스런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이다. 그러나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자랑한다면 그것은 참 아름다움이 아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아름다움은 사라진다. 진짜 아름다운 사람은 자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모른다. 진짜 착한 사람은 자신이 착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여기서 장자가 단순한 겸양지덕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가치라도 그것이 어떤 목적이나 의도하에 하는 행위라면 의미가 없다. 다른 사람보다 돋보이고 그래서 주인의 눈에 들기 위해 하는 치장이라면 가짜 아름다움이라는 뜻이다. 그런 꾸며진 아름다움은 주인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정의를 위해서 일한다고 만약에 자신을 의로운 사람으로 여긴다면 그가 말하는 정의는 허위다. 소크라테스의 무지(無知)의 고백이야말로 그가 참 앎에 가까이 있다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성형이 유행하는 세태를 장자는 어떻게 볼까? 의도된 목적에 따라 행해지는 인간 행위를 장자는 부정한다. 아무리 선하고 이타적인 목적이라도 마찬가지다. 어진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 어진 행동을 한다고 여기지 않아야 진정한 어진 마음이 된다. 그렇게 되어야 어디에 가서도 사랑 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얼굴을 뜯어고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 내면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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