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31]

샌. 2010. 8. 18. 10:51

문후가 물었다. "그대의 스승은 누굽니까?"

전자방이 답했다. "동곽순자입니다."

문후가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찌 그를 칭찬하는 일이 없습니까?"

전자방이 답했다.

"그분의 사람됨은 천진스럽습니다.

모습은 하늘같이 공허하고

천품은 천진을 보존하였고,

맑기로는 만물을 수용합니다.

사물이 무도하면 단정한 모습으로써 깨우치도록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사사로운 마음을 없애줍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분을 칭찬할 수 있겠습니까?"

 

曰 子之師誰邪

子方曰 東郭順子

文侯曰

然則 夫子何故未嘗稱之

子方曰

其爲人也 眞

貌而天虛

緣而보眞

淸而容物

物無道 正容以悟之

使人之意也消

無擇何足以稱之

 

- 田子方 1

 

"당신의 스승은 누굽니까?" 라는 질문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누굽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 틀림없다. 이 편의 제목인 전자방도 그러한 사람이다. 선생은 많지만 스승은 없다. 이 시대에 선생이란 '지식 장사꾼'을 가리키는 이름에 다름 아니다. 이런 얘길 하면 굉장히 불편해 할 사람이 많겠으나 사실이 그러하지 않은가. 학교 교사들에게학원 강사를 보고 배우라고 하니 이젠 노골적으로 지식 장사꾼을 닮으라고 한다. 장사꾼이 얼마의 이윤을 남겼는가를 체크하듯이 교사의 실적도 평가하겠다고 한다.

 

장자가 말하는 스승은 인격을 갖춘 사람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단순히 인간의 길에서 모범이 되는 사람이 아니다. 장자의 스승은 지(知)나 인의(仁義)를 초월해 있다. 그가 존재함으로 사물은 감화되고 깨우침을 얻는다.굳이 말이나 행위로서가 아니라존재 자체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그것이 장자가 말하는 스승의 모습이다. 기독교인은 예수가, 불교를 믿는 사람은 부처가 바로 스승이다. 그러나 스승은 꼭 사람일 필요도 없다. 나무나 산, 하늘이 스승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내 스승은 누구인가? 마음 속에 그런 스승 한 분 모시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133]  (0) 2010.08.29
장자[132]  (0) 2010.08.22
장자[130]  (1) 2010.08.08
장자[129]  (0) 2010.08.01
장자[128]  (0) 2010.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