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33]

샌. 2010. 8. 29. 08:20

군자가 진실로 그 도를 안다면

반드시 그런 옷을 입지 않을 것이니

그런 옷을 입었다면 반드시 도를 알지 못할 것입니다.

 

君子有其道者

未必爲其服也

爲其服者 未必知其道也

 

- 田子方 3

 

장자가 노나라 애공을 찾아갔다. 애공이 노나라에는 유사(儒士)들이 많다고 자랑을 했다. 장자는 유복을 입었다고 다 유사가 아니라면서 유복을 입으면서 유도(儒道)가 없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명령을 내려보라고 한다. 그러자한 사람을 제외하고 전부 유복을 벗었다.

 

시니컬한 장자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예화다. 그리고 유가(儒家)와 도가(道家)의 차이도 잘 나타나 있다. 장자가 볼 때 어떤 가치를 내세우면 이미 그것은 도그마화 되고 본질에서 벗어난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다. 유가나 도가나 인간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지향하는 방향이야 같겠지만 유가는 너무 형식에 갇혀 있다. 그러니 겉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본질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았다. 인의(仁義)를 말하지만 사실은 불인(不仁)과 불의(不義)를 행한다.

 

이 장자의 호통은 바리새인들에 대한 예수의 비난과 닮아 있다. 바리새인들은 규정과 율법을 준수함으로써 거룩한 종교 생활을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참다운 종교심은 없었다. 겉은 그럴 듯하나 속은 썩었다. '회칠한 무덤'은 유복을 입고 거들먹거리는 가짜 유사들에 대한 장자의 마음이기도 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벌이나 학위를 내세우며 지식인 행세를 하려는 무리들이 넘쳐나고 있다. 곡학아세의 위선자들이 세상을 이끌어가고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세상의 이치가 그런 건지 모른다. 2천여 년 전의 옛날에 장자는 연민의 마음으로 그런 세상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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