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34]

샌. 2010. 8. 29. 13:39

송나라 원군이 초상을 그리려 하자

많은 화공들이 모여들었다.

수인사로 읍을 하고 서 있는 자,

붓을 빨고 먹을 가는 자,

밖에 있는 자도 반이나 되었다.

한 화공이 늦게 도착했는데

서둘지도 않고 천천히 걸어와

수인사로 읍을 하고는 서 있지도 않고 숙사로 돌아갔다.

공이 사람을 시켜 살펴보라고 했더니

옷을 벗고

맨발로 무릎을 꿇고 앉아 그림 그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원군이 말했다.

"옳거니! 이자야말로 진짜 화가로구나!"

 

宋元君將畵圖

衆史皆至

受揖而立

지筆畵墨

在外者半

有一史後至者

천천然不趨

受揖不立 因之舍

公使人視之

則解

衣般반박

君曰

可矣 是眞畵者也

 

- 田子方 4

 

비 내리는 일요일, 동기들과의 산행 약속은 취소 되었다. 집에서 장자를 계속 읽는다. 마음 다스리는데는 장자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

 

별난 화공이다. 임금 초상화를 그리는데 늦게 나타나더니 읍만 하고는 숙소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는 옷도 훌러덩 벗어 던졌다. 도시 임금의 초상화를 그리는 자세가 아니다. 무례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임금은 도리어 그야말로 진짜 화가라고칭찬한다. 그걸 식별해 내는 원군의눈높이 또한 대단하다.

 

그 화공은 자신의 재주나 기능을 뽐내려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공명심이나 명예욕도 없었다. 하물며 그림을 잘 그리려는 욕심도 없었다. 옷을 벗었다는 것은 그런 뜻일 것이다. 참된 예술은 무심의 경지에서 나온다.기교보다는 정신이 중요하다.우리도우리 인생의 주인이며 예술가들이다. 과연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궁궐에 모여 도토리 키재기 식의 경쟁이나 하며 눈치나 보는 조무래기로 살아야 하는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어도 다 지상의 일들이다. 고작 중력권 안에서 치고박고 할 뿐이다. 높은 산에서 보면 한낱 먼지요, 아지랑이일 뿐이다. 장자는 저 넓은 무한창공으로 날아오르라고 한다. 마치 대붕처럼 구애될 것 없는 대자유를 누리라고 한다. 여기에 나오는 화공도 아마 그런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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