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36]

샌. 2010. 9. 11. 10:42

이는 내기꾼의 발사일 뿐

실제 상황의 발사는 아니다.

시험 삼아 그대와 더불어 높은 산에 올라

벼랑을 밟고 백 길 밑의 연못을 바라보며

활을 쏠 수 있겠는가?

 

是射之射

非不射之射也

嘗與汝登高山

履危石臨百인之淵

若能射乎

 

- 田子方 6

 

열어구(列禦寇)가 활 솜씨를 자랑했다. 활시위를 당길 때도 팔꿈치에 올려놓은 물 잔이 고요했고 늘 백발백중이었다. 그러나 백혼무인(伯昏无人)이 그를 높은 산 벼랑에 데려갔다. 열어구는 활을 쏘기는 커녕 땅을 엉금엉금 기면서 땀이 흘러 발꿈치까지 젖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삶과는 다르다.건강할 때는 큰소리를 치지만 죽음의 낭떠러지 앞에서 두려워 떨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청빈과 무소유를 동경하더라도 막상 지갑에서 나가는 한 푼 돈에 마음을 앗기는 것이 인간이다. 고상하고 이상적인 논리에빠진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크다. 몸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삶은 공허하다.평상시에 열어구는 활쏘기의 달인이었다. 그러나 절벽에 섰을 때 열어구는 감히 몸을 세우지도 못했다.

 

장자가 강조하는 것은 무심(無心)의 경지다. 잘 쏘겠다는 욕망이 앞서면 진정한 활쏘기가 아니다. 그 욕망 앞에서 열어구는 흔들렸다. 평지에서 아무리 백발백중하더라도 그건 도(道)가 아니다. 절벽에 발바닥을 대고 서있어도 초연할 수 있는 마음, 자신을 의식하지 않는 마음, 활을 쏜다는 의식조차 없는 마음, 그런 허심(虛心)의 상태가 되어야 지인(至人)이라 할 수 있다.

 

백혼무인이 열어구에게 말했다.

 

"지인은 위로 푸른 하늘을 살피고, 아래로 황천을 헤아리며, 팔극을 휘젓고 다녀도 신기가 변하지 않는다. 지금 너는 무서워 떨며 어지러운 눈과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도의 경지에 이르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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